수도권 23만호 속도전…땅·규제·돈줄 풀어 '착공 당기기' 승부수
신규택지·유휴부지 총동원…착공 68→37개월·금융지원 47.8조+α
규제 풀어 민간 공급 촉진…"방향 맞지만 실행력이 관건"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정부가 수도권 23만 가구 추가 공급을 위해 신규택지와 유휴부지를 총동원하고 규제와 돈줄까지 한꺼번에 푼다. 2022년 이후 착공 급감으로 향후 입주물량 부족과 전월세·매매시장 불안이 우려되자 택지 확보부터 인허가·보상, 금융까지 공급 전 과정의 병목을 풀어 실제 착공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공공택지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68개월에서 37개월로 줄이고 주택공급 금융지원도 47조 8000억 원+α로 확대한다. 시장에서는 공급 확대와 병목 해소라는 방향은 긍정적이지만, 상당수 목표가 입주가 아닌 착공 기준인 데다 실제 공급까지 수년이 걸리는 만큼 집값·전셋값 안정 여부는 결국 실행력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도권 23만호+α 추가 공급, 주택 공급 촉진 및 청년 등 실수요자 금융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대토론회의 결과물이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의 근본 원인으로 공급 시차를 지목했다. 발표에 앞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장우철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PF 위기로 공급 생태계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례적 경제성장으로 매수 수요까지 겹친 국면"이라며 노무현 정부 초기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공공택지는 착공까지 8년, 민간 정비사업은 입주까지 13년이 걸린다. 수요는 즉각적인데 공급은 수년 뒤에야 나온다. 수도권 공급의 80%, 서울은 90%를 민간이 담당하는데 지난해 수도권 민간 착공은 12만 1000가구로 10년 평균(19만 1000가구)에 못 미쳤고, 비아파트는 장기 평균의 25%까지 쪼그라들었다.
이에 정부는 '최단기 착공모델'을 도입해 공급 시차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공공택지에서 16만 가구+α를 확보한다. 지구지정 기간을 12개월에서 4개월로, 지구계획은 24개월에서 13개월로, 토지보상은 44개월에서 24개월로 줄여 후보지 발표부터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37개월로 단축한다.
이날 신규 공공주택지구 3곳 2만 7000가구도 공개됐다. 서울 강서 염창동 1000가구, 남양주 와부읍 2만 1700가구, 경기 광주 장지동 4500가구다. 나머지 7만 3000가구+α는 연내 추가 발표한다.
도심에서는 1·29 대책에서 발표한 부지를 2030년까지 전량 착공한다. 태릉CC는 2029년 9월, 과천 경마장·방첩사는 같은 해 12월 착공이 목표다.
과다 계획되거나 장기간 방치된 비주택용지도 주택용지로 전환한다. 2030년까지 3만 가구를 착공하는 게 목표다. 군사시설 규제도 풀어 고양창릉에서 2561가구를 추가 확보하고, 수색14구역 1152가구 규모 사업을 정상화한다.
재개발·재건축은 "구역 지정은 느는데 착공은 준다"는 진단에 따라 인센티브를 착공 시점에 집중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정비사업 23만 4000가구 착공을 지원할 계획이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은 토지등소유자 75%에서 70%로 낮추고, 공공재개발·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율도 67%에서 60%로 완화한다. 공사비와 인허가 등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중재위원회도 국토부에 신설한다.
관리처분인가 후 2년 내 착공 시 취득세를 감면하고, 이주비 대출 LTV는 종전자산평가액과 종후자산평가액 가운데 큰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서울시가 요구한 조합원 지위양도 완화는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2023년 이후 중단됐던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신규 공모도 재개한다. 하반기 중 서울에서 1만~2만 가구 규모의 후보지를 발표하고 수도권 2차 공모를 추진한다.
비아파트 공급 회복을 위한 규제 완화도 병행한다. 다세대·다가구주택 건축면적 제한을 660㎡에서 1000㎡ 미만으로 확대하고, 다가구주택 층수 제한은 3개 층에서 4개 층 이하로 완화한다.
사실상 막혀 있던 등록임대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도 신축 일반주택 매입 등에 한해 최대 LTV 60%까지 허용한다. 공급 주체의 자금조달 여력을 높여 위축된 비아파트 공급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주택사업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지원도 대폭 확대한다. 주택공급 촉진 금융지원 규모를 47조 8000억 원+α로 늘리고 PF 보증과 정책금융 공급을 확대한다.
PF 보증 공급은 향후 3년간 연평균 28조 7000억 원으로 직전 3년 평균의 2.2배 수준으로 늘린다. 특히 2027년에는 33조 원을 공급한다.
서울·경기에서 2027년까지 착공하는 사업장은 PF 대출금리의 1%포인트(p)에 해당하는 금액을 재정으로 보조한다. 2028년까지 착공하는 사업장은 0.5%p를 지원한다.
PF 자기자본비율 규제 시행 시기도 2027년에서 2029년으로 2년 유예한다. 새로운 규제가 주택사업의 자금조달을 어렵게 해 공급 회복을 지연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청년과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한 금융지원도 담겼다. 공공분양의 15%를 지분적립형으로 공급하고 청년미래보금자리론 등 '청년 주거지원 3종 세트'를 도입한다. 20년 이상 장기 민간임대를 위한 금융 시스템도 마련한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공급 시차가 여전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PF·이주비·사업성·용도규제 등 착공을 막아온 병목을 함께 손봤다는 점에서 실행력이 강화됐다"며 "목표 상당수가 입주가 아닌 착공 기준이어서 당장 전월세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절차 단축을 가시적으로 보여줘 신뢰도를 높였다"면서도 "신규 지구 물량이 집값을 잡을 만큼 파격적이진 않다"고 했다.
발표에서 착공까지 시간 단축 목표의 현실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서정렬 영산대 교수는 "집값이 오른 상황에서 토지주가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개된 입지도 서울 일부를 빼면 수요와 미스매치"라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37개월도 결국 4년으로, 숨넘어가는 응급환자에게 제대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격"이라며 "토지임대부 반값 아파트처럼 날짜를 못 박은 한 방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는 이번 공급 대책의 성패가 결국 '삽을 뜨는 시점'에서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택지 10만 가구 가운데 7만 3000가구+α는 아직 입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재개발 동의율 완화 등 상당수 대책은 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 관문을 얼마나 빠르게 통과할지도 변수다.
정부는 총리 주재 점검회의와 '신속 공급 혁신단'을 가동해 대책 이행 상황을 관리할 계획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공급 물량 확대뿐 아니라 공급 속도의 획기적인 혁신을 통해 정책 발표와 공급 사이의 시차를 최소화함으로써 수급 불일치에 따른 집값 불안을 완화하고자 한다"며 "정책적 노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공급 상황을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는 범정부 특별 주택공급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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