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풀고 부지 영끌해도…서울시 협조 없으면 또 '공회전'
조만간 추가 공급대책…그린벨트부터 유휴부지까지 총동원
"접점 찾기가 과제…협의 없인 사업 진척 어려워"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조만간 서울 내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담은 추가 공급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서울시와의 정책 엇박자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와 유휴부지 활용 등 정부가 꺼내든 공급 카드 상당수가 서울시의 도시계획 및 인허가와 맞물려 있어 중앙정부의 의지만으로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서울 내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공급 물량을 최대한 늘리고 공급 시기도 최대로 앞당기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신규 부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의 공급 규모와 추진 속도를 높이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하지만 공급 계획을 실제 주택으로 연결하려면 서울시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개발 가능한 부지를 찾아내더라도 도시계획 변경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큰 만큼 양측의 협력 없이는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서다.
용산국제업무지구를 둘러싼 이견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용산정비창을 중심으로 한 용산국제업무지구에서 최대 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서울시는 최대 8000가구 수준만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사업은 공회전 중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에 최고 81층 규모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개발사업은 정부 심의 과정에서 제동이 걸렸고, 서울시가 도심 재개발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 온 종로구 세운4구역 역시 국가유산청의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정책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택 공급과 직접 관련된 사업뿐 아니라 도시개발 전반에서 사업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가 이번에 검토하는 추가 공급 방안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시와의 조율이 필요한 사안이다. 개발제한구역법상 수도권에서 30만㎡ 이하의 소규모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할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위임돼 있다. 예외 조항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관리계획을 수립한 경우는 면적과 무관하게 장관 권한으로 해제할 수 있지만 실제 집행 사례는 없다.
공급 대상지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진 용산 어린이정원 일대 역시 서울시와의 협의가 관건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용산 어린이정원 일대 주택 공급 방안에 대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반면 준공업지역은 상대적으로 양측이 접점을 찾기 쉬운 분야로 꼽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오세훈 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영등포·구로 일대 준공업지역을 활용한 주택 공급 확대 협조를 요청했다. 오 시장 역시 추가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하면서 사업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준공업지역은 서울시가 이미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데다 정부 역시 도심 내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이해관계가 비교적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양측이 구체적인 규제 완화 방안에 합의할 경우 신규 택지를 조성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주택 공급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주택 공급 확대라는 공통 목표를 공유하는 만큼 서로의 정책 수단을 인정하고 협력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신규 부지 확보에만 집중하기보다 서울시가 추진해 온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을 활용하고 시 역시 중앙정부의 공급 사업에 힘을 보태는 방식으로 접점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대표적이다. 오 시장은 정비사업을 주택 공급 확대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사업 기간을 줄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정비사업이 전체 주택 재고를 늘리는 순증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이유 등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전문위원은 "양측의 협의 없인 공급대책이 성공하기 힘들다"며 "각자의 입장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재건축을 활성화해주고 공급대책의 협조를 얻어내는 등 유연한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종완 한국자산연구원장도 앞서 이 대통령이 주재한 부동산 대토론회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정례적인 정책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그는 "태릉CC와 용산정비창, 과천경마장 등을 보면 결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정책 조율 문제가 있다"며 "정례적인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특히 국토부와 서울시가 매월 한 번씩 만났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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