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악성 미분양 4배 폭증…세제개편 '지방 해법' 빠졌다
준공 후 미분양 2만9786가구…지방 비중 84.2%
건설사 폐업 12년 만에 최대…"국회 보완책 필요"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3년 반 만에 4배 넘게 늘고 건설사 폐업도 12년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다주택·수도권 규제에 방점을 찍고 있을 뿐, 지방 악성 미분양을 해소할 수요를 유인할 실질적인 세제·금융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 7464가구로, 이 가운데 지방 물량이 4만 8694가구로 72.2%를 차지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 9786가구에 달했고, 지방이 2만 5091가구로 84.2%에 이른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은 2022년 12월 6226가구에서 2만 5091가구로 3년 반 만에 4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 1~6월 폐업 신고를 한 건설사는 2092곳으로, 전년 동기(1746곳)보다 19.8% 늘었다.
분양이 되지 않은 채 준공까지 이어진 물량이 재고로 쌓이면서 건설사의 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 건설사들의 유동성 악화가 심화하며 경영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이 안 된 채 준공까지 간 물량이 쌓이면서 이자만 내고 있는 현장이 적지 않다"며 "지방에서는 공사비와 PF 이자를 감당하기도 빠듯해 직원을 줄이고 공사도 미루는 상황이라 새 사업은커녕 기존 현장 정리도 벅차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주택가액 중심으로 바꾸고, 다주택자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2028년까지 80%로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공시가격이라도 과세표준이 커져 세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다. 다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도 일괄 9억 원이 아니라 '4억 원+5억 원×(거주용 주택가액÷전체 주택가액 합계)' 방식으로 바뀌어 비거주·투자용 주택 비중이 높을수록 공제액이 줄어든다.
정부는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을 매입하는 1주택자를 대상으로 종부세·양도세 특례와 세컨드홈 제도, 취득세 감면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과 규모가 제한적인 데다 누적된 지방 미분양과 건설사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지방 미분양은 결국 누군가 매입해야 해소할 수 있지만, 이번 세제개편은 다주택자의 보유 부담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지방 미분양을 흡수할 새로운 수요를 만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지방 악성 미분양을 줄이기 위한 구조적인 해법은 사실상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지방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 세제개편안에 지방 맞춤형 인센티브를 더욱 촘촘하게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을 인수한 주택에 한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70% 수준으로 유지하고, 종부세 기본공제와 세액공제에서 해당 주택을 실수요 주택에 준해 평가하는 조건부 보유세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지방 미분양 매입자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와 저리 정책대출, 공공 매입·임대·리츠 전환을 연계한 세제 지원 등 금융·공급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방 미분양 문제를 수도권 투자수요 규제와 같은 기준으로 접근하기보다 지방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별도의 정책 과제로 다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서울 집을 팔고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사거나, 장기간 임대를 유지하는 실수요·투자자에게 양도세·보유세를 조건부로 감면하는 '탈출구'를 열어줘야 지방 미분양과 건설경기를 함께 살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이 국회 심사 과정에서 이런 지방 맞춤형 세제·금융 보완책을 얼마나 담아낼지가 주택시장과 지방 건설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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