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3만가구 이주 대기…'실거주' 세제개편에 임대차시장 압박

은마·잠실주공5단지 등 대단지 이주 줄줄이 예정
비거주 1주택자 실입주 늘면 전세 매물 감소 우려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서울시민 대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8.6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가 앞으로 3년간 8만 3000가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임대차 시장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실거주 중심 세제 개편으로 임대 물량 감소가 예상되는 데다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맞물리면서 전월세 공급 부족이 심화할 수 있어서다.

세제·토허제에 임대 물량 감소…정비사업 8만가구 이주 '겹악재'

7일 정부에 따르면 2026년 세제개편안은 실거주 혜택을 확대하고 비거주·임대 목적 주택의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개편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확대한다. 반면 보유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9억 원으로 낮춘다.

정부는 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높여 집주인의 실거주를 유도하고 다주택 투기 수요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유지되면서 임대 물량 감소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세제개편이 시행되면 비거주 1주택자가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입주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임대 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울의 대규모 정비사업 이주 수요까지 겹친다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예정된 정비사업 이주 물량은 총 8만3630가구다. 연도별로는 △2026년 2만 5230가구 △2027년 1만 3144가구 △2028년 4만 5256가구다.

정비사업은 장기적으로 신축 공급을 늘리지만 사업 초기에는 대규모 이주가 발생하는 반면 신규 공급은 수년 뒤에야 이뤄진다. 이 때문에 주변 전월세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서울 임대차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전세 매물 감소와 전셋값 상승을 겪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 937가구로 지난해 10월 15일(2만 4369가구)보다 14.1% 감소했다.

전셋값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10월보다 10.86%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3.17%)은 물론 경기(4.8%)보다도 크게 높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학군지 정비사업 이주는 대부분 인근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며 "전월세 물량이 부족하면 이주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재정경제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이 강화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전세대출 규제도 예고하고 있다. 사진은 6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2026.8.6 ⓒ 뉴스1 최지환 기자
서울시 '닥공' 주택 공급 추진…이주 수요 분배 고심

서울시가 전날(6일) 개최한 '부동산 정상화를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도 임대차 시장 불안 우려가 제기됐다.

강남권에서는 은마아파트(4424가구)와 잠실주공5단지(3930가구) 등 대단지가 이주를 앞두고 있다. 대규모 이주는 주변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안을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제개편 영향으로 임대를 준 집주인들이 직접 입주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잠실은 단지별 전월세 매물이 50~80건씩 나오던 때와 달리 지금은 10건도 채 되지 않고 가격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공급 확대와 함께 정비사업 이주 시기를 분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을 목표로 하는 '닥공'(닥치고 공급)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사업장별 이주 시기를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오 시장은 "이주 사업장을 어떻게 적절히 안배할지 실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이주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해 정비사업에 적대적인 입장을 갖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의 직접적인 대상은 초고가 주택과 다주택자지만, 그 여파는 결국 임대차 시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창무 서울총괄건축가(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의 대상 시장은 초고가 아파트 시장이지만 그 영향이 마지막으로 미치는 곳은 전월세 시장"이라며 "비거주 1주택자도 서울 임대주택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그 역할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