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팔 유인 없다"…보유세·양도세 시차에 서울 아파트 '관망'

서울 아파트 매물 6만1655건…세제 발표 전보다 0.6% 증가
장특공제 개편에 고령 장기보유자 문의↑…"절세 매물은 내년"

서울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2026.8.4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김종훈 기자 = 정부가 8·3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서울 아파트 시장은 아직 관망세다. 정부는 비거주·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높여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시행 시기와 입법 절차 등을 지켜보려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움직임은 제한적인 모습이다.

5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 1655건이다. 발표 직전인 2일(6만 1271건)보다 384건(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3월 21일 8만 8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어 아직 뚜렷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는 강화하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한시 완화하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거주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이 핵심이다. 종부세는 주택 수 기준을 폐지하고 주택 가액 기준으로 일원화했으며, 기본공제도 거주 1주택자는 14억 원, 비거주 1주택자는 9억 원으로 차등 적용한다.

시장이 당장 움직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시행 시기다. 기본공제 조정은 올해부터 적용되지만 세율 인상은 2027년부터 시행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과 장기보유특별공제의 장기거주소득공제 전환도 2028~2029년 순차 적용된다. 세 부담이 실제 고지서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는 만큼 서둘러 매도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매도의 퇴로를 열어둔 점도 관망 심리를 키우고 있다.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는 2027~2028년 한시 완화된다. 세 부담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매도할 시간을 준 셈이다.

국회 문턱을 넘지 않은 정부안이라는 점도 변수다. 개편안은 8월 입법예고와 9월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내용이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확정안을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는 보유자도 적지 않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2026.8.2 ⓒ 뉴스1 이종수 기자

거래도 여전히 둔화된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1~29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091건(잠정)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었다. 4월 8653건, 5월 8925건에서 6월 5160건으로 감소한 데 이어 7월에도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다만 8월은 계절적 비수기인 만큼 현재 매물과 거래 지표만으로 정책 효과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계와 달리 현장에서는 일부 변화도 감지된다. 특히 고가주택을 장기간 보유한 고령층을 중심으로 세제 상담과 매도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으로 장기보유 세액공제가 거주 중심으로 바뀌고 공제 한도도 신설되면서 기존보다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가주택 보유자들은 세제개편 내용을 문의하는 사례가 확실히 늘었다"며 "당장 급매로 이어지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매도 시점을 고민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절세 목적의 매물 출회가 본격화하는 시점은 2027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종부세 강화가 순차적으로 시행되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도 적용되는 만큼 올해보다는 내년 이후가 실제 매도 여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당분간은 세제개편 내용을 확인하거나 상담하는 수준의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세 부담이 실제로 체감되는 시점과 제도가 확정되는 시기에 맞춰 매물 출회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