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환자 '8주룰' 다음달 시행…자배원 "사회비용 감소 기대"
경상환자 장기치료 땐 공공기관 의료진이 치료 필요성 검토
호주·일본 등 해외선 의학적 근거 기반 관리체계 운영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다음 달부터 자동차보험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으려면 공공기관의 의료적 검토를 거쳐야 하는 이른바 '8주룰'이 시행된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규제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있지만, 호주·일본·캐나다 등 해외 주요국은 이미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장기 치료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5일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자배원)에 따르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9월 10일부터 시행된다.
근육이나 관절의 '삠'(염좌)이나 '긴장' 등 경상 상병 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원할 경우 공공기관 전문 의료진의 검토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 주요국들은 경미 상해 환자에 대해 객관적인 상해 관리 기준을 운영하며 보상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는 모든 편타성 손상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치료 기간을 인정하지 않는다. 편타성 손상은 교통사고 충격으로 목이 채찍처럼 갑자기 휘어지면서 발생하는 목 부위의 근육이나 인대 손상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흔히 '목 부위의 삠(염좌)'이나 '긴장'으로 진단받는 대표적인 경상 상병이다.
호주에서는 초기 평가 이후 7일, 3주, 6주, 12주 단위로 환자 상태를 의무적으로 재평가해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지침에 따르면 통상적인 치료는 가급적 6주 이내에 마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6주 이후에도 호전이 없으면 전문의 의견을 받아야 하며, 12주 시점에는 치료를 종결하거나 만성 관리로 전환할지를 결정한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장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치료비를 미리 지급하는 '향후치료비(합의금)' 제도가 없다.
대신 치료를 계속해도 더 이상 증상 개선 가능성이 없는 '증상 고정(Stabilization)' 시점을 손해배상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이 시점에 도달한 뒤 손해배상액을 확정하며, 그 이전에는 주치의 진료 등을 통해 치료 종결 여부를 판단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경미상해 가이드라인(MIG)'을 통해 의료·재활 보험금 총액을 약 3500달러(약 370만 원)로 제한하고 있다. 치료 과정도 4주·8주·12주 등 3단계로 나눠 단계별로 치료 종결 여부를 결정한다.
영국은 2021년 법 개정을 통해 경미 상해 위자료를 치료 기간에 따라 법정 상한액 내에서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 '자동차보험 8주룰'은 국내 자동차보험 보상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향후치료비가 객관적인 의학적 근거 없이 조기 합의를 위해 관행적으로 지급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실제 향후치료비를 받은 경상환자의 약 84%는 이후 의료기관에서 추가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불필요한 지출은 연간 1조 4000억 원 규모의 보험금 누수를 초래했고, 결국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국내 자동차보험 보상 체계도 관행적인 합의금 중심에서 벗어나 근거중심의학(EBM)에 기반한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 해외 주요국처럼 상해 정도와 회복 단계에 따라 치료 필요성을 판단하는 단계별 관리 체계도 정착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대한의사협회 진단서 작성 지침은 경상환자의 대표 상병인 '삠'과 '긴장'의 통상 치료 기간을 4주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통계에서도 경상환자의 약 92%는 8주 이내 치료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배원은 종합병원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의과·한의과 전문의 200여 명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고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신속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행 이후에는 분기별 심사 결과를 분석해 대상 질환과 심사 기준도 지속적으로 보완할 방침이다.
골절이나 수술이 필요한 중상해 환자(1~11급)는 이번 제도 적용 대상이 아니며, 기존처럼 기간 제한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또 경상환자 가운데 만 7세 이하 영유아와 임산부 등 교통약자는 장기 치료 필요성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다.
자배원 관계자는 "이번 경상환자 8주룰이 정착되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줄이고 자동차보험 손해율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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