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지도 않는데 세금만 서울급"…지방 초고가 '강남식 종부세' 딜레마

해운대 엘시티 보유세 2년 새 42%↑…대구 수성구도 부담 확대
매도도 어려운데 서울과 같은 과세…업계 "지역별 보완 필요"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부산 해운대 고가 아파트에 사는 30대 후반 직장인 A 씨. A 씨는 5년 전 결혼과 함께 부모로부터 지금 집을 증여받았다. 직장과 자녀 교육을 고려해 계속 실거주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접하고 고민에 빠졌다. 서울 강남권과 같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기준이 적용되면서 세 부담은 크게 늘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을 팔고 싶어도 쉽게 처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종부세를 주택 수가 아닌 주택 가액 중심으로 개편하면서 부산 해운대와 대구 수성구 등 지방 초고가 주택도 서울 강남과 같은 과세 기준을 적용받게 됐다.

정부는 초고가 주택 보유 부담을 높여 시장 정상화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지방은 거래 침체가 이어지는 만큼 세 부담이 커져도 매도 자체가 쉽지 않아 수도권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택 수→가액 중심 종부세…지방도 '강남 기준' 적용

5일 재정경제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번 세제개편안은 종부세 세율 체계를 주택 수 중심에서 주택 가액 중심으로 개편했다.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은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상향하고, 주택분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행 60%에서 70%(1가구 1주택자)로 높인다.

과세표준 6억 원 초과 구간의 세율도 인상한다. 시가 30억~40억 원 구간은 세 부담 증가를 최소화하고, 40억 원 이상 초고가 주택부터 세 부담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도록 설계했다.

정부는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보유 부담을 높여 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지방에서는 서울과 다른 시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과세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방은 거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세 부담이 커져도 원하는 가격에 집을 처분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엘시티 보유세 2년 새 42%↑…"서울은 팔기라도 하지"

실제 지방 초고가 아파트의 보유세 증가 폭도 적지 않다.

고유빈 세무회계 새벽 대표 세무사에게 세제개편안을 적용한 지방 고가주택 보유세 변동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공시가격 46억 5800만 원인 부산 해운대 엘시티 전용 244㎡(실거주 1주택)의 보유세는 올해 3293만 원에서 내년 4044만 원으로 22.8%(751만 원) 증가한다. 2028년에는 4693만 원으로 늘어 2년 만에 약 42.5%(약 1400만 원) 오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공시가격 35억 2800만 원인 대구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240㎡의 보유세도 올해 2006만 원에서 내년 2476만 원, 2028년에는 2605만 원으로 늘어 2년 만에 28.3%(약 539만 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A 씨는 "강남처럼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것도 아닌데 같은 세금을 내라고 하면 부담이 크다"며 "세금이 오른다고 집을 팔고 싶어도 지방은 거래가 잘 안 돼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 더 제니스' 전용 240㎡ 보유세도 올해 2006만 원에서 내년 2476만 원, 2028년 2605만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공시가격은 35억 2800만 원이며, 2년 만에 보유세가 28.3%(약 539만 원) 늘어나게 된다.

"매물 출회 효과도 서울과 달라…지역별 보완 필요"

업계는 수도권에서는 세 부담 증가가 일부 매물 출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지방은 거래 자체가 위축돼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이번 세제개편은 지역이 아니라 주택 가액을 기준으로 설계된 만큼 지방 경기 침체와 관계없이 초고가 주택은 강남권과 같은 세율 인상을 적용받게 됐다"며 "지방 1·2주택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완화 혜택이 있지만, 가액이 높은 지방 초고가 주택은 체감할 만한 완화 장치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세 부담이 매물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지방은 거래가 적어 세금을 올린다고 곧바로 매물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다"며 "지역별 시장 상황을 감안한 보완책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