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에 신축 대신 구축…20년 넘은 아파트 전셋값 더 뛰었다
20년 초과 전셋값 상승률 1.45%…전 연령대 중 최고
보증금 부담에 실수요자, 가격 낮은 낡은 단지로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서울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임대료 부담이 낮은 노후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년 초과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률이 신축과 준신축을 웃돌며 '구축 전세'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간 연령별 아파트 전세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20년 초과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04.76으로 전월보다 1.45% 상승했다.
같은 기간 5년 이하 신축은 1.03%, 5년 초과~10년 이하 준신축은 1.24%, 10년 초과~15년 이하는 1.33%, 15년 초과~20년 이하는 1.21% 각각 올랐다. 모든 연령대에서 상승했지만 20년 초과 아파트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실거래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1989년 준공된 노원구 상계주공13단지 전용 49㎡는 지난달 3억 500만 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되며 최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억 원 후반~2억 원 초반에 거래됐던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1억 원가량 오른 셈이다.
1995년 준공된 강남구 역삼럭키 전용 84㎡도 지난달 11억 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되며 처음으로 전셋값 11억 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와는 다소 다르다. 지난해에는 5년 초과~10년 이하, 10년 초과~20년 이하 아파트의 전셋값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올해는 20년 초과 노후 아파트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1월 0.65% 오른 이후 5월을 제외하면 매달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신축과 준신축의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보증금 부담이 적은 구축 아파트로 이동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년이 넘은 아파트는 대부분 재건축 대상 단지로, 시설이 노후화된 만큼 신축보다 전셋값이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세 최저 호가가 4억 5000만 원 수준으로, 인근 신축·준신축 단지보다 수억 원 저렴한 매물이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세 매물 부족과 신축 전셋값 강세가 지속될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구축 아파트를 찾는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전문위원은 "신축 아파트는 전셋값 자체가 높은 데다 실거주하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며 "결국 세입자들이 상대적으로 보증금 부담이 적은 구축 아파트를 찾으면서 수요가 집중됐고, 그 영향으로 구축 전셋값 상승폭이 더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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