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올리고 퇴로 열고…매물 출회·집값 안정 시험대(종합)

2027년 양도세 중과 완화 겹치며 매물 출회 전망…하반기 관망세
20억~30억 실거주 감세…매입임대 축소에 전월세 불안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 2026.8.2 ⓒ 뉴스1 이종수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보유세는 높이고 양도세는 낮췄다. 정부가 시가 20억 원까지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을 줄이고 40억 원 이상 고가주택과 다주택자는 보유세를 높이는 대신 2027~2028년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를 한시 완화하는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매물과 집값이 새 변수로 떠올랐다.

정부는 다주택자 매물 출회를 유도해 '똘똘한 한 채' 쏠림을 완화하고 집값 안정을 기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일부 매물은 늘어날 수 있어도 공급 확대 없이 세제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20억~30억 원대로 수요가 이동하거나 거래 잠김과 전월세 공급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이라는 원칙 아래 거주 중심 주택시장이 정착되도록 부동산 세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보유세는 높이고 양도세는 낮추고…매물 출회 유도

정부는 보유세는 높이고 양도세는 낮추는 '채찍과 당근'을 함께 꺼냈다.

종부세는 세율 체계를 주택 수에서 주택 가액 기준으로 바꾸고 과세표준 6억~12억 원 구간 세율을 1.0%에서 1.3%로 인상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3주택 이상과 조정대상지역 주택은 2028년까지 80%, 나머지는 70%로 상향하고 세 부담 상한도 150%에서 200%로 높인다. 종부세 개편에 따른 세수 증가는 2조 1815억 원으로 전체 세수효과(3조 4430억 원)의 63%를 차지한다.

반면 양도세는 한시적으로 완화해 매도의 퇴로를 열어줬다.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중과세율은 2027년 5~10%포인트(p), 2028년 10~15%p 낮추고 2029년부터 다시 원상 복귀한다. 양도차익 5억 원인 2주택자의 세금은 2억 7000만 원에서 2027년 2억 원으로 줄어든다.

5월 10일 중과를 되살린 지 석 달 만의 유턴이다. 올해 이미 중과세율을 적용받아 세금을 낸 사람도 내년 5월 확정신고 때 환급받는다.

김만수 재경부 재산세제과장은 "2월 종료 결정 당시에는 보유세를 실제로 올릴지, 올린다면 얼마나 올릴지 불확실했다"며 "정책 환경이 바뀌어 다주택자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시행 시기 제각각…2027년이 매물 분수령

제도별 시행 시점이 흩어진 점도 시장의 셈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조정대상지역 일시적 2주택 특례 기간 단축은 발표 다음 날인 4일 신규 취득분부터 적용된다. 매입임대 아파트 혜택 축소와 상생임대주택 특례 종료는 10월 1일, 종부세 개편은 2027년,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개편은 2028년부터 시행된다.

부동산 업계는 양도세 중과가 가장 완화되는 2027년을 전후해 일부 매물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회 입법 여부와 향후 집값 흐름에 따라 당분간은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경부 역시 "매물 잠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 부담 확대와 양도세 중과 완화가 주택 보유자들에게 매도를 고민하게 하는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강남3구 등 고가주택 보유자를 중심으로 2027년 전후 매도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가 30억' 새 기준선…매수·매도 셈법 갈린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편으로 시가 30억 원 안팎이 새로운 가격 기준선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가구 1주택 거주자의 기본공제가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확대되면서 시가 20억 원까지는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20억~30억 원 구간은 세 부담이 줄어든다. 반면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시가 35억 원부터다. 세율을 인상한 과세표준 6억~12억 원 구간이 거주용 1주택 기준 시가 31억~46억 원에 해당해 마포·성동 등 한강벨트 일부도 증세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는 "거주용 1주택은 시가 20억~30억 원까지 세액이 줄고 30억~40억 원은 세액 변동이 크지 않도록 최대한 보호하겠다"며 "40억~50억 원 수준을 초과하는 주택은 과세를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고가주택 보유 부담을 높여 '똘똘한 한 채' 쏠림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감세 혜택이 집중되는 20억~30억 원대 주택으로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만희 재경부 세제실장은 이에 대해 "'똘똘한 한 채'는 여러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세율이 인상되는 구간에서는 심리적 가격 저항선이 형성될 수 있다"며 "한강벨트의 20억~30억 원대 주택이 상대적으로 절세가 가능한 대안으로 인식되면서 갈아타기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2026.7.27 ⓒ 뉴스1 이종수 기자
실거주 규제 강화에 전월세 불안 우려 ↑…재경부 "세 부담 전가 어려워"

전월세 시장도 변수다. 거주공제 전환으로 실거주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상생임대주택 특례 종료와 매입임대 아파트 혜택 축소까지 맞물리면서 임대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월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9716건으로 전세 거래(8000건)를 웃돌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거주 1주택자 가운데 보유세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계속 보유하겠지만, 보유를 선택한 집주인이 세 부담을 전셋값 인상이나 월세 전환으로 일부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재경부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가 유지되는 만큼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곧바로 전가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실거주 전환이 늘고 임대 물량이 줄어들 경우 전세 공급 감소와 월세화가 더 빨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