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늘린다더니…李정부, 재개발·재건축엔 신중론

李 "재건축 가구 수 크게 안 늘어…재개발은 통상 줄어"
오세훈 "정비사업 8만7000가구 순증…정부 공급안의 2.7배"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7.23 ⓒ 뉴스1 허경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잇따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주택 공급 효과에 신중한 입장을 밝히면서 논쟁이 커지고 있다. 신규 택지 확보가 어려운 서울에서는 재개발·재건축이 사실상 핵심 공급 수단으로 꼽히는 만큼, 정부의 공급 확대 기조와 시장의 기대 사이의 간극이 향후 주택 공급 정책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李대통령 "재개발·재건축, 공급효과 크지 않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기존 정비사업 방식의 공급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재건축은 가구 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평수가 늘어나 크게 많이 늘어나는 것 같지는 않고, 재개발은 총 입주 가구 수가 줄어드는 게 통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거 환경은 개선되지만 기존 주민들의 상당수가 떠나야 해 아주 과밀한 지역의 경우 과연 신규 주택 공급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느냐는 논쟁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 역시 민간 정비사업의 용적률 완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 장관은 정비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멸실이 단기적으로 집값과 전월세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론회에서는 원주민 내몰림과 철거에 따른 주택 재고 감소를 우려하는 참석자 의견도 다수 제기됐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 뉴스1 황기선 기자
"재건축하면 가구 수 늘어난다"…업계가 제시한 사례

정비업계에서는 대통령·장관의 인식과 다른 수치와 사례가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강동구 둔촌주공 '올림픽파크포레온'은 5930가구에서 1만 2032가구로 6102가구가 순증했고, 송파구 가락시영 '헬리오시티'도 6600가구에서 9510가구로 2910가구가 늘었다.

저층·저밀도 단지를 고밀도 아파트 단지로 바꾸면서 대단지 재건축이 도심 공급을 떠받치는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준공업지역 공동주택 용적률 완화가 적용된 서울 영등포구 양평 신동아아파트 재건축단지를 방문해 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6.7.16 ⓒ 뉴스1 오대일 기자
업계·서울시 "정비사업 472곳서 12만 6152가구 순증"

서울시 정비사업 자료에서도 이런 흐름은 일정 부분 확인된다.

서울 전역 정비사업 472곳에서 기존 주택 35만 8638가구가 철거되고 재개발·재건축 이후 48만 4790가구가 신축될 예정으로, 멸실 대비 35.2%인 12만 6152가구가 순증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가 2031년까지 정비사업을 통해 31만 가구를 착공할 경우 기존 주택 22만 가구가 철거되고 '없던 집' 약 8만 7000가구가 새로 생긴다며 "정부의 서울 공급대책 3만 2000가구에 비해 2.7배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정비업계는 이를 근거로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가 도심 주택 공급의 현실적 해법"이라며 대통령 발언이 공급 기여를 과소평가했다고 반박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 뉴스1 이재명 기자
공급 드라이브 속 정비사업 딜레마, 李정부 선택지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비사업의 부작용을 어느 수준까지 제어하면서도 서울 같은 도심에서 필요한 주택 공급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다른 하나는 신규 택지와 3기 신도시, 공공임대 확대 등 다른 공급 루트가 정비사업을 대신할 만큼의 속도와 규모를 실제로 낼 수 있느냐다.

공급 확대와 정비사업 신중론 사이에서 이재명 정부가 어떤 조합의 정책 수단과 공공성 장치를 선택할지가 향후 도심 주택 공급과 전월세 시장의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