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파트 공급 붕괴"…정부, 세제·PF·인허가 패키지 대책 추진

인허가·착공 4년 만에 3분의 1…매매·전세·월세 수급 동반 악화
세제 특례·공급자 금융 손질 검토…공급 확대·형평성 조율 관건

한성숙 국무총리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6.7.27 ⓒ 뉴스1 김도우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가 오피스텔·빌라 등 비아파트를 주택 공급의 한 축으로 육성하기 위해 세제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허가를 묶은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비아파트 공급 붕괴와 전월세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급자 금융 지원과 세제 특례, 원스톱 인허가 등이 패키지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비아파트 공급 위축과 민간임대 활성화 필요성이 집중 제기된 데 이어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비아파트 활성화 대책을 수립 중"이라고 밝히면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비아파트를 청년·1인 가구를 위한 '주거 사다리'로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세제 특례와 공급자 금융, 원스톱 인허가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지가 핵심 관심사로 떠올랐다.

비아파트 인허가 3분의 1로…전세사기 후폭풍 직격

31일 세종 관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는 토론회에서 제기된 비아파트 공급 위축, 민간임대 공백, 사업자 세제·금융 부담 등을 중심으로 세부 대책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앞서 "공급은 풀고, 가계대출은 조이고, 세제는 실거주 중심으로 운영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신축 비아파트 세제·금융 지원, 민간·기업형 임대 활성화, 도심 공실의 주거 전환, 원스톱 인허가 등을 묶은 '공급·임대 패키지'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비아파트 인허가는 2021년 11만 6672가구에서 2025년 3만 3061가구로 줄었다. 착공도 같은 기간 10만 7176가구에서 3만 1215가구로 감소해 4년 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다.

2021~2022년 전국적으로 전세사기가 확산한 이후 시장 불신이 커지면서 비아파트 인허가와 착공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급 감소는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연립·다세대 매매수급지수는 110으로 2021년 9월(113.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13으로 최근 10년 내 최고치를 나타냈고, 월세수급지수도 112.7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공급 감소와 함께 매매·전세·월세 수급지수가 동시에 상승하면서 비아파트를 통한 단기 전월세 안정 대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서울 광진구 일대 빌라촌 모습. ⓒ 뉴스1 송원영 기자
연립·다세대 종부세·취득세 '사각지대' 해소 과제

토론회에서 주택업계와 전문가들은 세제와 금융, 인허가가 동시에 막히면서 비아파트 신축이 사실상 멈췄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에 따르면 연립·다세대 등 소규모 주택과 300가구 미만 주상복합은 건축허가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지만 사업용 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인이 멸실 예정 주택을 취득해도 3년 내 멸실, 7년 내 신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취득세 감면액을 다시 추징당하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이런 제도가 소규모 비아파트 사업자의 사업 부담과 파산 위험을 키우고 있다며 종부세 합산배제 적용 범위 확대와 취득세 추징 요건 완화를 건의했다.

세제 기준이 제각각인 점도 시장 혼선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60㎡ 이하 비아파트와 다세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은 내년 말까지 주택 수에서 제외되지만 취득세는 수도권 시가표준액 1억 원 이하, 종부세는 공시가격 4억 원 이하, 양도소득세는 기준시가 3억 원 이하 등 세목별 기준이 서로 다르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에는 주택 수 제외 특례 연장 여부와 함께 세목별 기준 정비 방안도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급 활성화와 과세 형평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세제 설계의 미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고위험 PF 규제에 막힌 비아파트 공급 파이프라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브리지 대출 규제도 공급 위축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건설업계는 금융권이 PF를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해 위험가중치를 최대 150%까지 적용하면서 토지 매입부터 본 PF까지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윤덕 장관은 공급자 금융 지원 필요성에 공감하며 금융위원회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수요자 대출은 엄격하게 관리하되 공급자 금융은 신규 주택 공급을 촉진하는 방향에서 역할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비아파트 신축 PF와 준공 후 잔금대출 보완 방안이 패키지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오전 대전 ICC 컨벤션홀에서 열린 ‘주거사다리의 주역 : 매입임대 소통 워크숍’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23 ⓒ 뉴스1
LH 신축매입·공실 전환…비아파트 속도전 시험대

LH 신축매입약정과 도심 공실의 주거 전환도 보완 과제로 거론된다.

업계에 따르면 LH 신축매입약정은 토지비 30% 추가 지원과 공사비 기성 지급을 도입했지만 2026년 1월 1일 이후 사업에만 적용된다. 이전 공사비 연동형 사업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아 착공률이 10%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지식산업센터와 상가, 사무실을 청년·신혼부부용 주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도시계획, 건축, 경관, 교통, 소방 심의를 통합하는 패스트트랙과 인허가·LH 매입·보증·금융 심사를 병행하는 원스톱 지원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 장관은 대통령 지시에 따라 단계별 인허가를 병행 추진 체제로 전환하고 있으며, 용도 변경 원스톱 서비스와 인허가·금융·보증 병행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아파트 '정책형 주택' 재편…핀셋 설계가 관건

정부 안팎에서는 비아파트를 단기 전월세 안정과 청년·1인 가구 주거 지원을 위한 '정책형 주택'으로 재정비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세제와 PF 특례 확대가 투기 수요를 자극하거나 과세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급자와 임대사업자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공급 확대와 과세 형평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가 이번 비아파트 대책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