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장비·고령자도 배제 못 한다"…중처법 안은 건설사 난감

연식·연령 이유 계약 제한 금지 추진…현장 안전관리 우려
"중대재해 책임은 그대로인데 예방 기준만 제한"

서울 시내의 한 공사현장에 크레인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자료사진) ⓒ 뉴스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건설기계 임대 계약이나 조종사 채용 과정에서 건설기계의 연식과 조종사의 연령을 이유로 계약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건설업계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신형 장비와 상대적으로 사고 위험이 낮은 인력을 선호해 왔는데, 이를 법으로 제한하면 사업주의 책임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3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기계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건설기계 임대차 계약이나 관련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건설기계의 연식이나 건설기계조종사의 연령을 이유로 계약을 제한하거나 배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도 포함했다.

법안은 연식이나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막고 공정한 계약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윤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근거 없는 안전조치 등으로 인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부당한 제한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건설현장의 안전과 건설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건설업계의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현장의 안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입법이라고 우려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이 크게 강화된 상황에서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마련한 안전관리 기준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건설 현장에서는 사용 연수가 15년 이상인 건설기계나 65세 이상 근로자의 채용을 제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업계는 유지·보수 상태와 별개로 최신 안전장치가 적용된 신형 장비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또 근로자의 경우 고령에 따른 건강 이상이나 돌발 상황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해 채용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장비 임대료를 더 지불하더라도 신형 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안전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고령 근로자 역시 개인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까지 고려한 안전관리 차원의 기준"이라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그동안 건설기계 연식을 과도하게 제한할 경우 장비 수급 부족과 공사비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며 업계에 개선을 권고해 왔다.

다만 이를 의무화하거나 과태료 등 제재 규정을 두는 방안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기업의 안전관리를 위한 경영상 판단이 반영된 조치인 만큼 강제 규제를 도입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정부 차원의 입장이 정리된 것은 아니다"라며 "건설사들이 현장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는 기준인 만큼 법으로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적절한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산업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이 강화된 상황에서 안전관리 기준까지 제약하는 입법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장비 연식이나 근로자 연령을 보는 것은 차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안전사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 기준"이라며 "사업주에게는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면서 정작 사고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은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