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도 내 집 마련 전략…정부 '결혼 페널티' 손질 나선다

부부 합산 소득에 디딤돌 대출 막혀…혼인신고 늦추는 신혼부부
정책대출·청약 자격 완화 요구 확산…정부도 실태조사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7월 초 결혼식을 올린 30대 신혼부부 A 씨와 B 씨. 두 사람의 연간 합산 소득은 8500만 원 이하다. 이들은 정책대출상품 '디딤돌 대출'(무주택 서민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위해 곧 혼인신고를 하기로 했다. 반면 이들의 친구 부부는 합산 소득이 8500만 원을 넘어 혼인신고를 미루기로 했다. 이들 부부의 선택을 가른 것은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소득 기준이었다.

정책대출과 청약 등 정부의 주거지원 제도가 신혼부부의 혼인신고 시점까지 바꾸고 있다. 법적 부부 여부에 따라 정책대출 자격과 청약 요건이 달라지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거나 앞당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정부가 이른바 '결혼 페널티' 사례를 전수조사하기로 한 가운데 주거 선택을 왜곡하는 제도적 문턱을 얼마나 걷어낼지 주목된다.

3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혼인신고로 인해 대출·청약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를 전수조사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지난 27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지난번 (이재명 대통령이) 결혼 페널티 관련해서 전수조사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해결하자고 했다"며 "세부적으로 검토해서 조만간 답을 드리는 시간을 잡겠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디딤돌·보금자리대출 소득기준 완화 목소리…"결혼 이후 불리"

현재 실수요자들은 소득과 정책대출, 주택 소유 여부 등을 고려해 혼인신고 시점을 결정하고 있다.

혼인신고를 늦추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후 1년 이상 지난 뒤 혼인신고를 한 부부는 전체의 약 20%(24만 326쌍 중 4만 7096쌍)였다.

실수요자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것은 주택 구입 과정에서 적용되는 디딤돌 대출 등 정책대출이다. 혼인 여부에 따라 정책대출 신청 자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득기준을 현실에 맞게 상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것이 디딤돌 대출이다. 디딤돌 대출은 무주택자에게 생애 첫 주택 구입 자금을 저금리로 지원하는 정책대출이다.

디딤돌 대출의 경우 미혼자는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 신혼부부는 부부 합산 연 소득 8500만 원 이하까지 신청할 수 있다. 부부 합산 소득이 8500만 원을 넘으면 정책대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어 일부 실수요자들은 혼인신고 시점을 조정하기도 한다.

집값 6억 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보금자리론'(정책대출)도 마찬가지다. 미혼은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 신혼부부는 부부 합산 연 소득 8500만 원 이하까지 신청할 수 있다.

버팀목 전세대출 소득기준 상향도 필요…"신혼부부 청약 기준도 손질해야"

신혼부부들은 버팀목 전세대출의 소득기준 상향도 필요하다고 본다. 버팀목 전세대출 소득기준은 신혼부부 부부 합산 연 소득 7500만 원 이하, 미혼은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이다.

주택 소유 이력이 있는 배우자와 결혼할 경우 생애최초 대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점도 결혼 페널티 사례로 꼽힌다.

결혼 3년 차 신혼부부 C 씨는 지난 23일 부동산 국민 대토론회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미성년자일 때 돌아가신 아버지가 소유한 주택 보유 지분 일부를 상속받았다"며 "성인이 되기 전 지분 처분을 끝냈는데도 주택 보유 이력이 있다는 이유로 LTV(주택담보인정비율) 70% 혜택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 제도 역시 혼인신고 시점을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서울 분양가가 오르면서 혼인신고 후 7년 이내로 제한된 신혼부부 특별공급 청약 자격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공공분양 신혼부부 특별공급에서 혼인기간이 짧을수록 가점이 높은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혼인기간 3년 이하 신혼부부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반면, 5년 초과 7년 이하 부부는 가점 1점만 받는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대출과 청약 제도를 중심으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각종 제도에 적용되는 부부 합산 소득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교수는 "신혼부부가 소득을 합산하면서 정책대출이나 청약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이 핵심"이라며 "혼인 여부보다 실수요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부부 합산 소득기준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