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공항"…삼성물산, 대만 하늘길의 심장을 짓다

[해외건설 판이 바뀐다]② 대만 최대 공항 확장사업…타오위안공항 T3
활주로 옆 초고난도 시공…RPS 공법·자동용접 시스템 적용

편집자주 ...중동발 지정학적 충격이 해외건설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로 수주가 급감하면서 특정 지역에 의존한 해외사업 구조의 한계도 드러났다. 반면 중동 재건사업은 새로운 기회로 떠오르고 있다. 건설사들은 시장 다변화와 원전·데이터센터 등 신성장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뉴스1은 달라지는 해외건설 시장의 판세와 K-건설의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 제3터미널' 프로젝트 현장.(삼성물산 제공)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대만 타이베이 도심에서 차로 40분 남짓 떨어진 타오위안 국제공항. 활주로에서는 여객기가 쉴 새 없이 뜨고 내리는 가운데 대만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항 확장 공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삼성물산(028260) 건설부문이 현지 건설사 RSEA와 수행 중인 '타오위안 국제공항 제3터미널(T3)' 프로젝트다. 운영 중인 공항을 멈추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해야 하는 초고난도 사업으로, 삼성물산은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공항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멈출 수 없는 공항…운영 공사, 정교한 조율이 성패 가른다

이 현장을 설명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공사가 아니라 운영이 중심"이라는 표현이다. 일반적인 건축 현장은 공정 효율과 시공 속도가 우선이지만, 이곳에서는 항공 안전과 여객 서비스가 모든 결정에 앞선다. 작업자들이 크레인 한 대를 옮기는 데도 공항 운영기관, 항공사, 보안기관과 사전 협의를 거쳐야 한다. 소음과 진동, 장비 이동 하나하나가 실제 운항 중인 항공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장비 높이 제한, 작업시간 제한, 야간작업, 보안구역 출입 통제까지 일반 건설현장에서는 마주치기 어려운 제약이 프로젝트 전 과정에 걸쳐 있다. 여기에 기존 제1·2터미널 운영과의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총 24개에 달하는 공사 패키지를 유기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여객터미널 골조·마감 공사뿐 아니라 수하물 처리 시스템, 보안, 정보통신, 항공 등화시설까지 여러 특수 공종이 동시다발적으로 맞물려 돌아간다. 각 공종 간 인터페이스를 얼마나 정교하게 조율하느냐가 공사의 성패를 가르는 셈이다.

'타이베이101' 세 동을 눕힌 규모…대만 최대 공항 프로젝트

T3 프로젝트의 규모는 숫자로 보면 더 실감이 난다. 터미널 건물은 길이 414m, 폭 242m에 연면적 약 58만㎡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의 115% 수준이다. 완공되면 연간 4500만 명의 여객을 추가로 수용할 수 있다. 높이 448m, 연건평 10만㎡의 타이베이 랜드마크 '타이베이101' 세 동을 수평으로 눕혀놓은 것보다 크고, 기존 제1·2터미널을 합친 규모보다도 크다.

1979년 문을 연 타오위안 공항은 2010년 제2터미널 개장 이후에도 이용객 증가에 따른 혼잡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제1·2터미널의 수용 능력은 연간 약 3700만 명이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실제 이용객은 이미 4000만 명을 넘어섰다.

여기에 TSMC를 중심으로 한 대만 AI·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항공 화물 수요까지 급증하면서 대만 정부는 T3를 통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여객·물류 허브 공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RSEA 컨소시엄은 수행 역량을 인정받아 대만 내 최대 공공 발주 프로젝트로 꼽히는 이 사업을 수주했다.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 제3터미널' 프로젝트 현장.(삼성물산 제공)
철골 200톤 '메가 칼럼' 16개가 떠받치는 지붕

이 프로젝트의 상징은 여객터미널 지붕을 떠받치는 '메가 칼럼'(Mega Column)이다. 높이 약 20m, 중량 약 200톤에 달하는 초대형 철골 기둥 16개가 약 3만 톤 규모의 지붕 구조물을 지탱한다. 대만 건설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공정으로 꼽히는 '루프 트러스 공사'가 바로 이 위에서 진행된다.

높은 곳에서 대규모 철골 트러스를 설치하기 위해 삼성물산은 대만에서는 보기 드문 RPS(Rail Platform System) 공법을 도입했다. 반도체 공장의 대규모 장스팬 구간에 적용하는 이 공법은 14m×10m 크기의 대차 위에 수십 톤의 자재와 중장비를 싣고 레일을 따라 이동하며 시공하는 방식이다. 크레인과 벤트의 설치·해체 과정이 필요 없어 재래식 공법 대비 가설구조를 줄이고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승부수는 자동 용접 기술이었다. 메가 칼럼 시공에는 최고 난도인 6G 용접 기술이 필요한데, 대만 현지에는 이 기술을 갖춘 숙련 용접사가 턱없이 부족했다. 삼성물산은 국내 자동용접 장비를 현장 여건에 맞게 개조해 삼성물산 건축 현장 최초로 자동용접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람의 손기술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면서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컨디션에 좌우되지 않는 균일한 품질까지 확보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소통의 벽부터 내진설계까지…현장이 풀어낸 난제

공사 초기 가장 큰 걸림돌은 뜻밖에도 기술이 아니라 소통이었다. 통역을 거쳐 진행되는 회의에서는 미묘한 오류가 반복됐고, 수기 문서와 도장 문화에 익숙한 대만과 전자결재 중심의 삼성물산 사이에는 서류 하나를 제출하는 방식부터 차이가 있었다.

삼성물산은 격주 단위로 발주처(TIAC), 설계·PM 컨설턴트, 시공 조인트벤처(JV) 리더급이 참여하는 고위급 협의체를 가동했다. 여기에 JV 간 핵심 인력(Key-Person) 주간 회의, RSEA 본사 매니저급 소통 회의까지 선제적으로 제안하며 문화·언어 차이에서 오는 오류를 줄여나갔다.

지진 다발국인 대만의 지리적 특성도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T3 터미널 하부에는 현재 운영 중인 MRT(대만 도시철도) 역사 구조물이 지나가는데, 이 철도 구조물과 터미널 구조물이 지진 발생 시 서로 분리되도록 하는 슬라이딩 내진설계를 구현해야 했다. 철판 사이에 테프론 가스켓을 넣어 미끄러지도록 하고 양 끝단에는 먼지 유입을 막는 더스트 커버를 설치하는 이 방식은 통상 교량 하부의 받침 구조에 적용되는 기술이다.

철도 역사와 터미널 구조물 전체에 적용한 사례는 드물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설계·시공·안전·품질 각 부서가 한 팀을 이뤄 세부 시공 방법을 검토하고 발주처와 협의해 결국 시공을 완료했다.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대만 '타오위안 국제공항 제3터미널' 프로젝트 현장.(삼성물산 제공)
공정률 82%…글로벌 공항시장 공략 교두보

지난 12일 기준 현장 공정률은 82.0%로, 당초 계획과 비슷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 기간은 2021년 6월부터 2027년 8월까지 74.5개월이며, 전체 계약금액은 약 14억 달러, 이 중 삼성물산 몫은 약 10억 달러다. 삼성물산과 RSEA는 각각 70%, 30%의 지분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항공 수요 증가와 함께 친환경·스마트 공항 구축이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공항 사업은 단순한 건설공사가 아니라 운영과 보안, 디지털 기술, 여객 서비스가 결합한 대표적인 복합 인프라 사업으로 꼽힌다. 설계와 시공은 물론 운영까지 아우르는 통합 수행 역량이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평가받는 이유다.

삼성물산은 운영 중인 국제공항을 확장하는 고난도 공사를 수행하며 쌓은 프로젝트 관리 경험과 기술력을 발판으로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공항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이재훈 현장소장은 "공항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국가의 경쟁력과 도시의 미래를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삼성물산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공항시장에서의 위상을 더욱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