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선규제·후보완…매교역 팰루시드가 던진 질문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당신은 생존하셨습니다"
8월 입주를 앞둔 2178가구 대단지인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에서는 이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끼리 은행 잔금대출 상담 전화를 받은 사람에게 건네는 씁쓸한 축하 인사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여파로 은행 잔금대출 상담 예약조차 쉽지 않다.
현재 입주 예정자들은 뜬눈으로 밤을 보내고 있다. 여러 전셋집을 전전한 끝에 마련한 '내 집'의 기쁨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일부는 대출 상담 접수 시간을 맞추기 위해 통신사와 기종이 다른 휴대전화까지 준비했다. 접수 시간에 맞춰 은행 상담원에게 문자를 보내는 연습도 했다고 한다.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입주 예정자들은 지난 23일 정부 부동산 토론회에서 직접 어려움을 호소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하지만 입주민들이 체감할 만한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입주일까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하지만 대출이 가능할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가 정부 부동산 규제로 주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0·15 규제 발표 당시 권선구와 팔달구에 걸쳐 있는 이 단지는 팔달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32개 동 가운데 팔달구에 속한 3개 동만 규제를 적용받았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일부 동만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매교역 팰루시드는 지난해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논란을, 올해는 잔금대출 규제를 겪으며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시험대에 다시 섰다.
문제는 규제 자체가 아니라 시행 방식이다. 다만 규제를 먼저 발표하고 보완책을 뒤늦게 마련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정책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혼란이 한 단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잔금대출 문제는 동탄과 평택 등 입주를 앞둔 대단지로도 번지고 있다. 이제는 특정 단지의 문제가 아니라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 모두의 문제가 되고 있다.
규제가 먼저이고 보완이 나중인 방식이 반복된다면 정책의 부담은 결국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 이제는 규제의 강도만큼이나 규제가 누구에게, 언제 닿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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