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손질 나선 정부…"집값 떠받친 시장 구조 바꾼다"
'집값 폭등 원인' 지목된 전세대출도 규제 수순
전문가 "필요하지만 급격한 규제는 월세화 우려"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이어 전세대출까지 손질에 나섰다. 실수요자의 전세대출은 유지하되 갭투자 등에 활용되는 대출은 조여 전세보증금이 집값을 떠받쳐 온 시장 구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규제 속도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전세대출이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 정책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집값 폭등의 주원인이 돼 조정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세대출 관리에 나선 것은 전세보증금이 집값을 떠받쳐 왔다는 판단 때문이다.
연구 결과도 전셋값과 집값의 높은 연관성을 보여준다. 국토연구원의 '주택시장 변동성 확대의 사회적 비용과 향후 정책방향' 보고서에서 전셋값이 1% 오르면 주택 매매가격은 평균 0.655%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셋값이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라는 의미다.
특히 전세보증금은 시장에서 주택 매입 자금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세입자가 맡긴 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집값 상승을 키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갭투자(전세 낀 매매)다. 투자자는 전세보증금을 활용해 적은 자기자본만으로 주택을 매입한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식으로 시장에 참여해 왔다.
실제 국내 아파트 시장은 전세보증금이 매매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은 65.2%다.
지역별로는 광주의 전세가율이 74.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주택 매매가격의 4분의 3 가까이를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규제의 강도와 속도는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세를 활용한 레버리지 구조는 완화할 필요가 있지만 과도한 규제는 전세 공급 감소와 월세 전환을 앞당겨 오히려 서민 주거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셋값은 그동안 매맷값의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그러나 전세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출을 급격히 축소하면 월세 전환이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유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제한하면 실거주 중심의 시장으로 유도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며 "다만 현재 경매 물건이 늘고 있고 대출을 급격히 조이면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대출 규제만으로 집값을 안정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전세대출 축소가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가 통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각종 규제를 거치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가 고착화된 만큼 전세대출만 조인다고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공급 확대가 병행돼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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