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지어도 수요 없으면 무의미"…비아파트 공급책 효과 거둘까
전세사기 이후 공급 급감…2021년 11만→지난해 3만 1000가구
LTV·층수 제한 완화 추진…"수요 맞춘 비아파트 공급이 관건"
- 김종훈 기자
(서울=뉴스1) 김종훈 기자 = 대규모 전세사기 이후 빌라 등 비아파트 공급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주택 공급의 한 축을 담당했던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었고, 정부는 규제 완화와 매입임대 확대 등 시장 정상화에 나섰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보다 수요자가 원하는 형태의 비아파트를 공급하는 정책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일 국토교통부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3만 1215가구로 전년보다 7.7% 감소했다.
비아파트 공급은 2021년 11만 986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8만 8382가구 △2023년 3만 9237가구 △2024년 3만 3817가구 △지난해 3만 1215가구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전세사기가 본격화한 이후인 2023년에는 착공 물량이 전년 대비 53.5% 급감하며 공급 기반이 크게 위축됐다.
시장에서는 전세사기 여파에 건축 규제와 금융 규제가 겹치면서 비아파트 공급이 급격히 위축됐다고 보고 있다. 서민과 청년층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비아파트 공급이 줄면서 주택시장 수급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에 나섰다. 지난 14일 열린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토론'에서는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토론회에서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와 30년 넘게 유지된 다세대·연립주택 층수 제한 재검토, 비아파트의 주택 수 산정 제외 등이 제도 개선 과제로 제시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비아파트 감소는 건축 규제와 세금, 전세사기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공급 위축을 정상화하려면 비아파트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도 금융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강경훈 진경건설 대표는 "9·7 대책 이후 임대사업자 LTV가 사실상 0% 수준으로 묶이면서 신축 공급 업체들도 같은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며 "주택을 매입해 잔금을 치르는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아 공급 확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 비아파트 시장 위축을 고려해 향후 2년간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서울·경기 규제지역 비아파트를 매입해 6만 6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시장 정상화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비아파트가 아파트의 대체재로 자리 잡으려면 실수요자의 선호를 반영한 주택 공급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사회초년생이나 저소득층에게는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나 오피스텔 공급이 충분한 의미가 있다"며 "획일적으로 아파트만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다양한 주거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아파트 전월세 수요를 흡수하려면 원룸보다 투룸이나 쓰리룸 등 실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신혼부부 등이 아파트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 비아파트 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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