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는 조이고 청년은 푼다?…실수요 지원·집값 '딜레마'

청년층 대출 한도 확대 검토…내 집 마련 지원 취지
"가수요 자극해 집값 불안 키울 수도"…전문가 의견 엇갈려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자료사진)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청년층 등 실수요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잇달아 축소하는 가운데 청년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집값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책 일관성 논란도 제기된다.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청년들의 (대출) 한도 문제는 저에게도 많이 전달된다"며 "6억 원이라는 한도 때문에 못 산다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한 정부 내 찬반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규제지역에서는 주택 가격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차등 적용된다. 시가 15억 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 원, 15억 원 초과~25억 원은 4억 원, 25억 원 초과는 2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여기에 KB국민은행 등 은행권도 자체 대출 한도를 3억 원까지 낮추는 등 가계대출 관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청년 내 집 마련 숨통 틔우나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은 청년층 등에 한해 현행 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자산은 부족하지만 향후 소득 증가 가능성이 높은 청년층의 미래 상환 능력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규제 아래 청년층이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12억 5500만 원으로 상당한 자기자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매수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는 집값 자극과 가수요 유입 가능성을 우려해 대출 규제를 유지해 왔다.

대출 한도가 확대되면 청년층의 서울 내 집 마련 부담도 다소 완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규제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담보인정비율(LTV) 40%가 적용되지만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는 LTV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청년층은 생애 최초 주택 구매 비중이 높은 만큼 대출 한도 확대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대출 규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수요 억제 정책을 이어온 정부가 청년층에 한해 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하면서 정책 일관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거 결과를 의식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결국 선거 결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며 "일부에게는 수요 억제, 일부는 수요 확대 정책을 한다는 건 결국 정책 엇박자를 가져와 시장 왜곡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자극 우려…"정책 엇박자" 지적도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수요 지원을 넘어 추가적인 주택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과 수도권은 공급 부족 속에 대기 수요가 여전히 많은 만큼 대출 여력이 확대될 경우 집값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부는 신생아 특례대출 도입 이후 청년층과 신혼부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확대되며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을 자극한 경험이 있다. 당시 정부가 특례대출 소득 기준을 2억5000만 원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최종적으로 2억 원으로 유지한 것도 시장 과열 가능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 온 정책과 상충하는 방향으로 가는 만큼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며 "대출 한도가 확대되면 매수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 서울 집값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그동안은 대출 한도에 맞춰 주거 지역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한도가 확대되면 수요가 서울 외곽에서 서울 전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청년층만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완화인 만큼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매수세가 일부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대출 한도 완화가 청년층에 한정된 것이고 청년층은 여유자금이 많은 세대가 아니다"라며 "정해진 지역에서 매수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서울 집값이 크게 불안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