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트리플 강세' 지속…공급 절벽 속 커지는 주거 불안
매매 14개월·전세 25개월·월세 34개월 연속 상승
빌라시장 붕괴·입주 감소 겹쳐…공급 담당 국토부 역할론도
- 이동희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 서울 시내 아파트 전세를 알아보던 30대 직장인 박 모 씨(38)는 어렵게 전셋집을 구했다가 계약 직전 이를 포기했다. 집주인이 반전세 전환을 요구하며 보증금을 3000만 원 올려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빌라 전세사기 이후 어떻게든 아파트 전세를 구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월세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매매 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이른바 '트리플 강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실수요자들의 주거 불안도 커지고 있다. 공급 부족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의 공급 확대 메시지는 시장에서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정책의 무게 중심이 세제와 금융으로 이동하면서 공급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의 역할도 예전보다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시장은 매매부터 전월세까지 모두 오르고 있다. 월간 통계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2025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14개월 연속 상승했다. 전월세 역시 전세의 경우 2024년 5월부터 25개월 연속, 월세는 2023년 8월부터 34개월 연속 오름세다.
부동산 업계는 '트리플 강세' 도화선을 임대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꼽는다. 임대차 시장에서 서민 주거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온 빌라 시장이 전세사기 여파로 위축되면서 임차 수요가 아파트로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결국 아파트 임대차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니 전셋값은 치솟고, 월세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월세 시장도 함께 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50%를 돌파했다. 임대차 가격 상승은 매매시장의 하방 역할을 하며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금 아니면 집을 더 비싸게 사야 할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며 "매매와 전세, 월세 시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이 체감하는 공급 부족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 수급 불안 해소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 불안의 배경으로 지난 2~3년간 이어진 인허가·착공 감소를 꼽는다. "당장 들어갈 집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시장 전반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급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정점에 달했던 2023년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2만 5567가구로 전년(4만 2724가구) 대비 40.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착공 물량은 67.1% 줄었다.
이 여파는 최근 입주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4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5% 감소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과천이나 용산, 태릉 등 신규 공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시장이 체감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공급 부족이 예고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수급 불안을 완화할 대책이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에서 국토부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수단은 공급과 세제, 금융이다. 이 가운데 국토부가 직접 담당하는 영역은 인허가와 공급 제도 등 공급 분야다. 반면 세제는 기획재정부, 금융은 금융위원회가 맡고 있다.
최근 부동산 정책의 중심축이 대출 규제와 세제 개편 등 거시경제 수단으로 이동하면서 국토부의 역할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구조에서는 국토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공급을 담당하는 부처인 만큼 인허가 절차 개선과 공급 속도 제고 등 행정적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 확대가 시장에서 신뢰를 얻으려면 계획 발표를 넘어 실제 공급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정책 집행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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