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출원한 특허 내가 평가?"…'셀프 감정' 변리사법 개정안 논란

감정 결과서 제출 의무 규정에 감정평가업계 반발
"특허 직접 대리하고 평가"…이해충돌 우려 제기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제435회 국회(임시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서영교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자료사진)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변리사의 지식재산(IP) 가치평가 업무를 법률에 명시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을 두고 변리사업계와 감정평가업계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변리사 측은 기존 직무 범위를 구체화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감정평가업계는 변리사가 자신이 대리한 특허의 가치까지 직접 평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우회 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당 변리사법 개정안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감정평가업계는 지방선거 이후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이뤄지면 법안 논의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개정안은 변리사가 지식재산 관련 감정 업무를 수행할 경우 발명진흥법상 평가기준을 준수하고, 감정 결과서와 관련 자료를 평가관리센터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개정안 제7조의5는 변리사가 감정을 수행한 경우 감정 결과서와 관련 자료를 평가관리센터장에게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안 발의 측은 감정 품질 관리와 사후 검증을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감정평가업계는 이 조항이 사실상 변리사의 가치평가 업무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감정 결과서 제출 의무 자체가 가치평가 수행을 전제로 하고 있어 우회적인 합법화라는 지적이다.

감정평가업계가 특히 문제 삼는 부분은 제출 의무가 적용되는 대상 범위다. 개정안은 변리사가 자신이 대리한 특허나 상표와 관련해 감정 업무를 수행한 경우를 비롯해 상법상 감정,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감정 업무 등을 수행한 경우를 제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변리사가 직접 출원이나 등록을 대리한 특허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하는 구조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허 가치를 과도하게 높이거나 낮게 산정해 기업가치를 부풀리거나 상속 과정에서 절세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도 있다고 봤다.

실제 2016년에는 한 변리사가 14억 원 수준의 IT기업 특허 가치를 100억 원대로 평가한 뒤 수억 원의 수수료를 받은 혐의로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IT업체는 이후 비상장 주식을 대량 발행하고 투자자 1800여명에게 약 200억 원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직무 명문화" vs "가치평가 허용 우회 입법"

다만 변리사 측은 현행 변리사법 제2조가 이미 특허·상표 등 지식재산권 관련 감정 업무를 변리사의 직무 범위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번 개정안은 새로운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직무를 보다 명확히 정리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변리사업계 관계자는 "지식재산 가치평가는 기술적 이해와 권리 분석이 핵심인 만큼 관련 전문성을 갖춘 변리사가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개정안은 기존 법률상 직무를 체계화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감정평가업계는 감정과 평가는 본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라고 반박한다. 감정은 진위나 적법성 여부 등을 판단하는 행위인 반면, 평가는 경제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산정하는 전문 영역이라는 것이다.

한 감정평가사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기술적 검토와 경제적 가치 산정은 별개의 문제"라며 "이번 개정안은 변리사의 기술 검토 업무를 넘어 경제적 가치평가 영역까지 확장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