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매수자 90% 삼전닉스"…동탄 셔세권 한달새 1.5억 뛰었다

반도체 호황에 동탄 집값 강세…누적 상승률 4.48%
동탄역 롯데캐슬 20.8억 신고가…수지·영통도 들썩

경기 화성시 동탄구와 용인시 수지구, 기흥구 등 이른바 '반도체 벨트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의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1일 동탄구 청계동 '동탄역센트럴푸르지오'의 전경 2026.6.1 ⓒ 뉴스1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매수자의 90%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직원이라고 보면 됩니다."(동탄구 청계동 A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1일 찾은 경기 화성 동탄구 일대 공인중개사무소. 최근 집값 상승세의 배경을 묻자 현지 중개업소들은 주저 없이 "반도체 호황"을 꼽았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직원들의 실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동탄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체감상 매수 문의의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직원"이라며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면서 성과급과 사내대출 등을 활용한 매수세가 시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동탄구 집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동탄구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4.48%다. 행정구역 개편으로 통계가 2월부터 집계된 점을 감안하면 상승 속도는 더욱 빠르다는 평가다.

최근 들어 오름폭도 커지고 있다. 5월 넷째 주(25일 기준) 동탄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49% 상승했다. 5월 한 달 누적 상승률만 1.55%에 달한다.

현장에서는 반도체 종사자들의 직주근접 수요가 가격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삼성전자 기흥·화성사업장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셔세권'(셔틀버스+역세권) 단지가 주목받고 있다.

동탄역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맞벌이 부부 중에는 대출을 많이 활용하지 않고도 매수가 가능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최근에는 좋은 매물이 나오면 바로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수요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청계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에는 하이닉스 직원들의 문의가 많았고 최근에는 삼성전자 직원들 방문도 크게 늘었다"며 "카림애비뉴 일대 아파트를 찾는 매수 대기자 대부분이 삼성전자·하이닉스 직원"이라고 말했다.

"매물 나오면 바로 계약"…신고가 거래 잇따라

다만 거래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동탄구 대장 아파트 '동탄역 롯데캐슬'의 경우 현재 거래할 수 있는 매물이 없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매수세로 기존 매물 상당수는 소진됐고,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며 관망에 나서고 있다.

청계동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중소형 매물은 시장에 나오면 그날 바로 계약된다고 봐도 된다"며 "하루 사이에도 집주인들이 호가를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올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고가 거래도 이어지고 있다. 동탄역 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달 7일 20억 8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 4월 19억 4000만 원에 신고가를 경신한 지 1달 만에 1억 4000만 원가량 오른 셈이다.

동탄역 롯데캐슬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20억 원을 넘긴 거래가 나왔다는 소식에 중개업소들도 놀랐다"며 "매물 부족이 심하다 보니 높은 가격에도 거래가 성사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반도체 머니, 10억 이하 단지로도 확산
경기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 아파트의 모습. ⓒ 뉴스1 김영운 기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발 매수세는 중저가 아파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억 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한 동탄구 청계동 카림애비뉴 일대 단지들에도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이들 단지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고 6억 원 수준의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할 수 있어 실수요자들의 진입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동탄구 '동탄역센트럴푸르지오' 전용 59㎡의 경우 최근 9억 2000만 원에 거래됐다. 올해 초 7억 원 초반대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가격이 크게 오른 셈이다.

동탄역센트럴푸르지오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소형 평형은 인기 대비 매물이 없어 가격이 더욱 뛰었다"며 "현재 호가는 9억 5000만 원이고, 이마저도 거래가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지·영통도 상승세…반도체 호황에 '셔세권' 강세
경찰청 헬기에서 바라본 경기 용인시 수지구 아파트 단지. ⓒ 뉴스1 김진환 기자

동탄구 이외에도 용인 수지구, 수원 영통구 등 다른 셔세권 지역 아파트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수지구의 경우 올해 누적 상승률이 8.16%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성복역 인근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 전용 84㎡는 지난달 17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광역교통망과 생활 인프라를 갖춘 동탄은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의 대표적인 배후 주거지"라며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와 직주근접 수요가 맞물리면서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황 개선과 성과급 확대 기대가 이어지는 만큼 경기 남부 셔세권 단지의 강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분당선과 GTX 등 광역교통망을 갖춘 지역은 실거주 수요까지 뒷받침되면서 상승 압력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위원은 "반도체 산업 호황에 따른 유동성과 고소득 실수요가 동탄, 수지 등 서울 접근성이 좋은 지역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경기 남부를 넘어 서울 주요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