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버티기에 짙어지는 '월세화'…정부, 매물 출회 추가 압박

월세 거래 비중 68.6%…4년 전보다 20.6%p 증가
비거주 1주택·임대사업자 혜택 손질 검토…"매물 잠김 제한적"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6.5.7 ⓒ 뉴스1 이종수 인턴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매도 대신 버티기를 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금과 금융 비용을 월세 인상 등 임대료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전세 감소와 월세화 흐름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추가 세제 개편 등을 통해 매물 출회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다주택자의 장기간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매물 잠김 우려 제기

1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를 종료했다. 10일부터 다주택자의 주택 양도 차익에 최고 82.5%(지방소득세 포함)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다수의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매물을 처분한 것으로 추정된다. 새올전자민원창구에 따르면 서울 토지거래허가 신청은 올해 2월 5337건에서 3월 8673건으로 증가했다. 4월 들어서도 1만 208건으로 급증했다.

업계에선 여전히 버티기를 택한 다주택자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늘어난 금융 비용과 세 부담을 월세 인상 등으로 임차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과거 규제 국면에서 집값이 상승했던 경험이 시장에 남아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월세화 현상은 빠르게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누계 임대차 계약 중 월세 거래 비중은 68.6%로 전년 동기(60.7%) 대비 7.9%포인트(p) 증가했다. 4년 전 48.0%와 비교하면 20.6%p 늘어난 수치다.

다주택자의 월세 선호 현상은 금융 부담 증가에 따라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월세를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이면 충분히 버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입주 물량이 감소한 데다 전세매물이 줄고 있다"며 "월세화 추세 속에 보유세 부담을 임차인 월세에 전가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뉴스1 김지영 디자이너
정부, 매물 출회 추가 압박 시사

정부는 일부 매물 잠김을 우려하면서도 과거와 같은 집값 급등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미 서울 전역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강력한 대출 규제가 작동하고 있어서다.

지난 8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경제·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매물 잠김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가 있으나 정부의 정책 의지는 과거와 다르다"며 "투기적 매수가 원천 차단돼 있고, 주택가격 상승 기대도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전날인 9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근본적 제도 개혁을 앞두고 비거주 1주택자 등에 대한 토지거래허가 예외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며 "임대사업자에게 주어지는 영구적 양도세 감면 혜택의 적정성도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매물 출회를 위한 추가 압박도 시사했다. 대표적으로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정책이다.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만기 연장을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아파트 사업자에 영구히 주어지던 양도세 중과배제 혜택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 잠겨있는 매물이 나오고 실거주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연쇄적인 규제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면 장기간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지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금리 부담과 세제 강화가 동시에 이어질 경우 일부 다주택자는 결국 매물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