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자재값 상승…건설업계 공사비 인상 '명분' 형성
현대건설, 대조1·마천4에 공사비 인상 통보
단기 반영은 제한적…정비사업 갈등 확산 가능성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중동 분쟁에 따른 자재값 상승을 계기로 건설업계에서 공사비 인상 '명분'이 형성되고 있다. 다만 실제 공사비 인상이 전면 확산될 가능성은 아직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쟁 발생 약 한 달이 지난 현재 자재값 상승이 공사비에 즉각 반영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요 자재 계약이 연 단위로 체결돼 있고, 현장 재고도 일정 수준 확보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공사비를 둘러싼 구조적 갈등이 이미 누적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착공 이후 공사비 증액 요구가 반복되는 가운데, 시공사와 조합 간 분쟁으로 공사 중단이나 공기 지연이 발생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공사비 산정 시점과 실제 착공 시점 사이의 시차에서 비롯된다. 건설사들은 그 사이 상승한 인건비와 자재비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합은 추가 분담금 부담을 이유로 반발하는 구조다.
정비사업 조합들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까지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갈등이 잇따르며 준공과 입주 일정에 차질이 발생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동 분쟁이라는 외부 변수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이 자재값 상승을 공사비 인상의 ‘명분’으로 삼아 요구를 확대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갈등이 현실화할 경우 공기 지연과 추가 비용 부담이 조합에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현대건설은 최근 시공을 맡은 정비사업장에 공사비 상승과 공기 지연 가능성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현대건설은 "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자재 협력사들이 오는 4월부터 주요 자재 가격을 10~40% 인상할 예정"이라며 "공급 차질이 이어질 경우 준공 지연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인상 대상에는 페인트, 창호, 단열재, 방수재, 도배지 등 주요 마감 자재가 포함됐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미 공사비 증액 요구가 현실화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은 준공을 앞두고 약 222억 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받았다. 해당 사업장은 지난해에도 공사 중단과 공기 연장 등을 이유로 2566억 원 규모의 증액에 합의한 바 있다.
마천4구역 역시 2899억 원의 추가 공사비 증액 요구를 받은 상태다. 총공사비는 6733억 원으로 늘어나며, 3.3㎡당 공사비는 기존 584만 원에서 959만 원으로 상승한다.
정부는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한계도 지적된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입찰 단계에서 공사비 변동 요인을 명시하도록 했지만, 구체적인 산정 기준과 조정 방식이 명확하지 않아 갈등은 반복되고 있다.
서울의 한 재개발 조합장은 "공기 지연에 따른 부담이 조합에 집중되는 구조"라며 "물가 상승에 따른 일정 수준의 공사비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근거 없는 증액 요구까지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신속한 합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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