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밀리고 공정 늦어진다"…나프타 쇼크에 건설현장 비상
단열재·방수재·PVC 등 자잿값 인상 압박…현장 공급 차질 현실화
공사비 증액 불가피 전망…정비사업 갈등·공공사업 영향 우려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4월부터 주요 자재 가격이 오를 예정인데 일부 품목은 납품 일정도 불안정합니다.” (건설 자재 협력사)
중동 긴장 고조로 나프타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건설 현장에서도 자재 가격 인상과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자재 확보 상황을 점검하며 공정 지연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재 협력사들은 건설사에 가격 인상과 납품 지연 가능성을 잇달아 통보하고 있다. 페인트를 비롯해 PVC 플라스틱(창호·몰딩·걸레받이), 단열재, 방수재, 도배지 등 대부분의 마감 자재가 대상이다.
현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수도권 한 재건축 사업장 관계자는 "마감 자재 단가 인상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 공사비 영향과 공정 지연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며 "일부 자재는 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사들도 대응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지난 26일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힐스테이트 메디알레)에 공사비 원가 상승과 공기 지연 가능성을 알리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후 전국 공사현장에도 유사한 내용을 공유하며 상황을 전달했다.
공문에는 유가·환율 상승과 운송비 증가, 나프타 수급 불안 등이 겹치면서 자재 협력사들이 주요 자재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나프타가 있다. 나프타는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 화학물질을 만드는 핵심 원료로, 플라스틱과 합성수지 형태로 가공돼 건설 자재 전반에 사용된다. 원료 수급이 흔들릴 경우 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장 체감도는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일부 페인트 업체는 이미 가격 인상에 나섰고, 단열재와 방수재 등 필수 자재 역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여기에 레미콘과 시멘트 업계 부담도 커지고 있다. 레미콘은 경유 가격 상승으로 운송비가 늘어난 데다, 혼화제가 나프타 기반 원료를 사용하는 만큼 추가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멘트 역시 생산 원가의 약 30%를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 상승 변수에서 자유롭지 않다.
당장은 재고와 기존 계약으로 버틸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다만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공사비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 공사비를 조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자잿값 인상이 지속되면 기존 공사비로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결국 공사비 증액 협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문제는 공사비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다. 정비사업 현장에서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불가피해지고, 추가분담금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다음 달 준공 예정인 청량리7구역(청량리 롯데캐슬 하이루체)은 지난해 말 공사비를 189억 원 추가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은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까지 추가 부담을 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과거 둔촌주공처럼 공사비 문제로 공사가 중단되는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이 있다"고 토로했다.
여파는 민간 정비사업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교통 인프라와 3기 신도시 등 공공사업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은 착공식을 마치고도 공사비 분쟁으로 본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사업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자잿값 상승은 공사비 갈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분쟁이 확대될 경우 민간뿐 아니라 공공사업까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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