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오르자 월세 인상 본격화…보증금 낮추고 월세 올린다

신규 계약 중 월세 절반 넘어…전세 수요 월세로 이동
보유세 부담 임대료 전가 움직임…강남 주요 단지서 월세 상승 사례

서울 한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자료사진)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최근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올리는 계약이 확산하고 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확대를 앞두고, 집주인들이 이를 임대료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세 매물 감소로 이미 집주인 우위 시장이 형성된 가운데, 전세의 월세화 흐름까지 맞물리며 임대료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전세 줄고 반전세 늘어…월세 비중 50% 육박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강남구 '래미안라클래시' 전용 59㎡는 보증금 1억 1210만 원, 월세 108만 원에 임대차 갱신 계약이 체결됐다. 기존 계약(보증금 2억 3256만 원·월세 82만 원) 대비 보증금은 약 1억 2000만 원 낮아지고 월세는 20만 원 이상 올랐다.

강남구 '디에이치포레센트' 전용 59㎡도 기존 보증금 2억 3040만 원·월세 81만 원에서 보증금 1억 1260만 원·월세 107만 원으로 전환됐다.

보증금을 유지한 채 월세만 인상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강남구 '청담2차e편한세상' 전용 102㎡는 기존 월세 40만 원에서 60만 원 오른 보증금 9억 원·월세 100만 원 조건으로 반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집주인의 월세 및 반전세 선호는 전세 매물 감소와 맞물려 있다. 실거주 의무 강화와 신규 입주 물량 감소 영향으로 전세 공급이 줄었고,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월세화 흐름이 가팔라졌다.

올해 서울 임대차 계약 5만 2115건 가운데 월세(반전세 포함)는 2만 4935건으로 전체의 47.8%를 차지했다. 신규 계약 기준으로는 절반 이상이 월세 거래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월세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고, 임차인 역시 대출 규제 속에서 수억 원대 보증금 마련이 어려워지며 월세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갱신요구권 4년이 끝난 매물은 임대료를 크게 올리는 경우가 많다"며 "전세가 월세 형태로 전환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매도 대신 월세 전환…보유세 전가 우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상가에 비친 아파트 모습.(자료 사진) ⓒ 뉴스1 김민지 기자

다주택자들도 월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와 보유세 인상 가능성으로 세 부담이 커지면서 이를 임대료로 보전하려는 움직임이다.

성동구 한 공인중개사는 "매도를 고민하던 다주택자들이 월세로 돌려 대응하고 있다"며 "월세 물건이 부족해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붙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전세 매물 감소와 맞물려 월세 수요 쏠림을 심화시키며 세입자 부담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132.790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전문위원은 "재계약 시 전세 보증금 대신 월세를 올려 보유세 부담에 대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임차인도 보증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월세를 선택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평균 18.67% 상승할 전망으로, 전국 평균(9.16%)의 두 배를 웃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