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라' 아파트만으로 안돼…반도, 플랜트 EPC 인수로 사업 다각화

한양·코오롱글로벌·HL디앤아이한라, 에너지 등 신사업 강화
부동산 경기 따라 휘청…"본업과 시너지, 다각화 성공 관건"

서울 강남구 반도건설 사무실의 모습.(뉴스1 자료사진) 2020.1.13 ⓒ 뉴스1 황기선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반도그룹이 산업설비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 전문기업 SC엔지니어링을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건설을 중심으로 주택 사업에 편중됐던 사업 구조를 플랜트 설비 영역으로 확장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주택 사업으로 성장해 온 중견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체질 개선에 나선 대표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그룹, 플랜트 EPC 기업 인수…주택 중심 사업 탈피

15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그룹은 최근 SC엔지니어링의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브이첨단소재로부터 지분을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반도그룹 지주사인 반도홀딩스는 지난달 11일 공시를 통해 SC엔지니어링 지분 49.3%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일에는 SC엔지니어링 신임 대표이사로 송한규 전 반도홀딩스 전무가 선임됐다. 반도그룹은 현재 SC엔지니어링 경영권 인수 이후 통합(PMI)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C엔지니어링은 업력 50년 이상의 종합 플랜트 기업이다. 정밀화학, 화공, 에너지 등 전통적인 플랜트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왔으며 최근에는 수소 에너지 인프라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면 반도그룹은 주택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중견 건설사다. 대표 주택 브랜드는 '유보라'다. 반도건설이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해외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택 사업과 도시개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반도그룹이 SC엔지니어링을 인수한 배경은 사업 다각화에 있다는 분석이다. 주택 사업 의존도를 낮춰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응하는 동시에 건설업과 연관성이 높은 플랜트 EPC 시장에 진출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반도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SC엔지니어링은 그룹의 안정적인 자금력을 바탕으로 EPC 수주를 확대하고, 반도그룹은 주택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종합 산업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19일 도청 서재필실에서 정기명 여수시장, 한양 이왕재 사장, GS에너지 김성원 부사장과 ‘여수 묘도 LNG 터미널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전남도 제공) 2024.3.19 ⓒ 뉴스1 전원 기자
에너지·데이터센터로 확장…중견 건설사 '탈주택' 움직임

주택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중견 건설사는 반도그룹만이 아니다. 최근 건설사들이 눈을 돌리는 대표적인 분야는 에너지 사업이다.

주택 브랜드 '수자인'으로 알려진 한양은 중견 건설사 가운데 '에너지 디벨로퍼'로 빠르게 전환한 기업으로 꼽힌다. 대표 사업은 동북아 액화천연가스(LNG) 허브 터미널 프로젝트다. 한양은 전남 여수에 LNG 터미널을 건설해 직접 운영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7년 완공, 2028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단순 시공을 넘어 에너지 인프라를 직접 운영하는 디벨로퍼로 도약했다는 평가다.

코오롱글로벌은 풍력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해 자산관리 전문기업 코오롱엘에스아이(LSI)와 골프·리조트·호텔 운영 기업 엠오디(MOD)를 합병하며 에너지 사업 밸류 체인을 강화했다. 코오롱글로벌은 국내 육상풍력 발전 시장에서 약 25%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업계 1위 사업자다. 현재 전국 7곳에서 총 182㎿ 규모의 풍력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약 400㎿ 규모의 완도 해상풍력 사업도 추진 중이다.

HL그룹 건설 계열사 HL디앤아이한라도 데이터센터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4년 부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수주한 이후 용인 등 수도권에서 여러 데이터센터 사업을 수행 중이다. 최근에는 골프장 디봇 보수 로봇 '디봇픽스'를 자체 개발하며 로봇 사업에도 진출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하는 모습. 2025.6.23 ⓒ 뉴스1 김도우 기자

업계는 중견 건설사의 변화가 단순한 사업 확장을 넘어 생존 전략의 성격을 띤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많은 중견 건설사가 주택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부동산 경기라는 외부 변수에 크게 영향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 수익만으로 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며 "일부 건설사가 사명에서 '건설'을 떼는 흐름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단순한 외형 확장보다는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사업 다각화를 통해 얼마나 빠르게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yagoojo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