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3억 내렸습니다" 한밤 문자…그래도 무주택자는 불안하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을 앞두고 서울 강남권에서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잇따르고 있다. 집값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무주택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아니면 서울 핵심지 진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최근 강남권 아파트 시세를 알아보던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주 토요일 밤 문자 메시지 소리에 잠이 깼다. 공인중개사가 보낸 급매 안내 문자였다.

'강남 B아파트 전용 85㎡(35평) 급매 매물 35억 원에 나왔습니다. 1월 말 시세보다 3억 원 내렸습니다.'

비슷한 연락은 다음 날 아침에도 이어졌다. 송파 헬리오시티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호가를 1억 원 낮출 테니 지금이 싸게 살 기회"라고 했다.

실제로 강남권 집값은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첫째 주(2일 기준) 송파구(-0.09%), 강남구(-0.07%), 서초구(-0.01%) 아파트값은 2주 연속 하락했다.

하지만 가격 조정 신호에도 무주택자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보다 "지금 아니면 서울 핵심지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불안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FOMO(Fear Of Missing Out·뒤처질 것에 대한 두려움) 심리다.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는 신호가 안도감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단기간에 현금 확보가 어려운 실수요자일수록 이런 조급함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 이런 심리는 수도권 주택시장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진입이 부담스러운 수요가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일부 지역 집값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용인 수지구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수지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12주째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월 말 수지구 역세권 신축 아파트 전용 84㎡는 17억4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최근 수지구 일대 한 공인중개사는 "주말에 집을 보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며 "약속 없이 방문하면 당일 상담이 어려울 정도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상급지 집값은 잠시 숨을 고르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에 쫓기고 있다. 지금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막차 공포'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