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이동도 투기 취급?"…비거주 1주택 대출 규제 검토에 '술렁'
전세대출 공적보증 제한·주담대 연장 규제 검토
실수요자 피해 우려…"전세 월세화 심화 가능성"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서울 도봉구에 신혼집을 마련한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방 발령으로 가족과 함께 지방에서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직장 이동으로 불가피하게 집을 비워둔 상황에서 비거주 1주택 규제 논의가 이어지자 A 씨는 자신도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추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의 과도한 '갭투자'(전세 낀 매매) 수요를 억제하고 매물을 시장에 유도해 집값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실거주가 어려운 실수요자까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보다 신중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비거주 1주택자 관련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1주택자가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공적 보증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공적 보증을 제한해 사실상 전세대출 이용을 어렵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투기 성격이 있다고 판단되면 대출 갱신 시 신규 대출 심사와 동일한 수준의 강화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주택담보대출 연장 과정에서도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하는 방식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제 측면에서도 제도 손질 가능성이 언급된다. 고가 주택의 보유세 부담을 늘리거나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조정하는 방안이 대상이다. 당국은 보유 주택 수와 가격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제도 개편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엑스(X·구 트위터)에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다주택자는 물론 주거용이 아닌 투자·투기용 1주택자도 보유보다 매각이 유리한 상황을 만들 것"이라며 추가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 관련 조치를 통해 투기성 갭투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몇 년간 원정 투자자들이 갭투자를 활용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에 투자하는 사례가 이어진 데 따른 대응이다. 전세대출을 활용한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도 억제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정책 시행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부모 부양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비거주 상태가 된 1주택자까지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고려해 정부도 예외 사유를 검토 중이다. 불가피하게 전세 거주가 필요한 경우 2억 원 대출 한도를 유지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문제는 투기 여부를 판별할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또 금융기관이 이를 판단해야 하는 만큼 현장 혼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 소장은 "'투기 수요'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불가피한 예외 조항을 세분화해야 하는데, 그 기준을 만드는 작업부터 쉽지 않다"며 "예외 조항이 있더라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금융기관이 이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월세 시장 불안도 변수다.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서울 전세 매물이 빠르게 줄어드는 상황이다. 추가 조치가 시행될 경우 비거주 1주택 매물도 임대차 시장에서 사라져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심형석 법무법인 조율 수석위원은 "비거주 1주택자는 결국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거주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세의 월세화와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 세입자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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