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대출 조이자 임대시장 긴장…정부, 충격 흡수 나선다

기존 대출 연장 제한 검토…경매 가능성 속 전월세 위축 우려
공공임대 확대·임대차 제도 보완 '투트랙 대응' 추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단지 모습. 2026.2.22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 대출을 전방위로 조이는 가운데 전월세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기존 대출 연장 제한까지 검토되면서 임대시장 긴장이 커지고 있지만, 공공 공급 확대와 제도 정비를 병행해 파장을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다주택자 관련 금융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대출 관리까지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신규 대출 억제에 그치지 않고 만기 연장까지 제한해 레버리지 의존 구조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통상 3~5년 만기로 실행된 뒤 1년 단위로 연장되는 임대사업자 대출이 주요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만기 연장이 어려워질 경우 일부 임대사업자는 보유 주택 매각이나 대출 상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영향은 비아파트 임대시장에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 장기매입임대주택 27만 8886가구 가운데 아파트는 4만 3682가구(15.7%)에 그쳤다. 나머지 84.3%는 빌라·다가구주택·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다. 레버리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장부터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출 상환 부담이 현실화할 경우 일부 물량은 경매로 넘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보증금 반환 여력이 약화되면 세입자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 연장 제한과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관리가 동시에 강화될 경우 임대사업자의 유동성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반면 상반된 시각도 존재한다. 경매 물건이 낮은 가격에 낙찰될 경우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이 이전되면서 임차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대 공급이 감소하더라도 전월세 수요 역시 함께 줄어 시장 충격이 일부 상쇄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각하면 전월세 공급이 줄 수 있지만, 동시에 전월세 수요도 함께 줄어든다"며 시장 충격이 과도하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도 전월세 불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정책 강도가 임차인 부담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보완 장치를 병행하는 '투트랙' 대응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선 공공임대를 주요 주거 유형으로 자리 잡도록 공급 기반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 과정에서 전용 55㎡와 84㎡ 중심의 중형 임대주택 비중을 늘리고, 중산층 수요까지 흡수하는 구조로 재편하는 작업이 병행되고 있다.

민간 임대시장 안정 장치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정비도 검토 대상이다. 준공공 임대주택 확대와 임대사업자 제도 손질, 임대차 제도 보완 등을 통해 민간 임대 매물이 급격히 위축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지역별 시장 상황에 따라 임대료 인상률 적용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가 임대사업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민간 임대시장의 기능이 급격히 흔들리지 않도록 완충 장치를 병행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