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낀 다주택자 집 팔 길 열려…실거주 유예로 숨통 트였다

다주택자 매물 산 무주택자, 최대 2년 갭투자 허용
'실거주 의무' 미뤄 매도 유도…"갭투자 악용" 지적도

서울 강남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게시된 매물정보. 2026.2.8 ⓒ 뉴스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정부가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세입자가 있는 집을 팔지 못하는 다주택자에게 사실상 퇴로를 열어주면서 부동산 시장에 매물이 잇따라 나올 전망이다.

무주택자가 세입자가 있는 다주택자 매물을 매수할 경우, 최장 2년간 실거주 의무를 유예받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실거주 의무 유예…절세 매물 증가 전망

11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무주택자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세입자를 낀 다주택자 매물을 매수하면 계약 종료 시점까지 실거주 의무가 유예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0일 국무회의에서 "(매수자는) 세입자가 있는 경우 계약 기간 동안 실거주하지 않아도 되고, 계약 종료 후 입주하면 된다"며 "임대기간을 고려해 최대 2년 범위 내에서 허용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다주택자에게 사실상 매각 경로를 열어주는 조치로, 그간 실거주 의무는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현재는 토허구역 내 주택을 매수하면 매수자에게 곧바로 2년간 실거주 의무(4개월 이상)가 발생한다. 세입자가 있는 경우, 다주택자들은 주택 처분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최근 서울에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공식화 이후 매물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 417건으로, 1월 23일(5만 6219건) 대비 7.4% 늘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이번 보완방안으로 매물 총량 증가는 당분간 불가피하다"며 "특히 강남권은 보유세 등 세금 중과 불확실성으로 다주택자와 고령 1주택자의 매물이 계속 출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이번 조치는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예외 규정"이라며 "서울 중하위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출 규제 영향으로 강남권과 한강벨트 등 상급지에서는 실제 거래량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남 연구원은 "대출 규제가 강화돼 거래량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저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0·15 대책으로 막혔던 '갭투자 매수'도 허용…시장 혼선 우려

이번 조치로 무주택자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일종의 '갭투자'가 한시적으로 가능해진 점도 주목된다. 기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막혔던 전세 끼고 매매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단기적으로 매수세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고준석 교수는 "무주택자의 경우 (10·15대책으로 막힌) 갭투자 기회가 한시적으로 열려 전세를 끼고 매수할 수 있어, 매수세가 일정 기간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형평성과 시장 혼선 문제를 지적한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상태에서 다주택자 매물만 예외적으로 갭투자를 허용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시장 혼선과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