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감정평가 중단 논의 '제자리'…은행권 소극 대응에 갈등 장기화
국토부 "법 위반 소지" 유권해석 이후에도 이견 지속
양길수 "태도 전환 기대…합의 불발 시 공익감사 청구"
-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금융기관의 자체 감정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해를 넘기며 장기화되고 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금융위원회와 합의한 '감정평가법'에 따른 원칙 이행을 촉구하고 있지만, 은행권이 사실상 기존 관행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협의가 공전하는 양상이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9일 4대 시중은행과 금융기관의 자체 감정평가 중단 문제를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협회는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와 감정평가법 위반 소지 해소를 위한 원칙에 합의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은행의 자체 감정평가 행위가 감정평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이후 협회는 합의 이행을 위해 지난해 11월 금융위를 방문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고, 12월에는 공문을 통해 2025년 말까지 위법 소지를 해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지난해 12월 26일과 올해 1월 13일 두 차례 열린 금융권 연석회의에서 4대 시중은행의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협회는 금융기관 전체 자체평가 가운데 약 1% 수준으로 추산되는 ‘감정평가사 고용 자체평가’의 중단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은행권의 부담을 고려해 시행 기한을 당초 6개월에서 최장 3년까지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감정평가서 품질관리 강화 방안도 함께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4대 시중은행은 고용 감정평가사를 통한 담보가치 산정 비중을 2030년 이후에도 현재 대비 최대 5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는 이에 대해 금융위와의 합의 원칙에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양길수 회장은 "합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금융권의 소극적인 태도로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며 "그럼에도 금융권이 긍정적인 태도로 전환하길 기대하며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시중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 관련 정보 교환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판단해 총 27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도 언급했다.
담보 평가를 둘러싼 관행이 경쟁 제한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은행이 담보가치를 자의적으로 낮출 경우 차주의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 고금리 신용대출로 내몰릴 수 있고, 반대로 담보가치를 과대 산정하면 정부의 LTV 정책을 무력화해 금융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게 협회의 시각이다.
양 회장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금융권의 자체평가를 통한 LTV 자의적 적용 문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고, 금융권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가진 금융위의 부작위에 대해서도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단계적인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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