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숨고르기 속 한강벨트·외곽으로 번진 '키맞추기 장세'

강남3구 상승률 둔화에도 서울 매수우위지수 4주 연속 회복세
관악·동대문·중랑 등 저평가 구도심·비선호 지역 동반 상승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서울 아파트값이 강남3구의 상승세 둔화 속에 한강벨트와 중저가·외곽 지역으로 오름폭을 넓히며 이른바 '키맞추기 장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통계에서도 강남3구의 상승률 둔화와 비강남권의 상승폭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며 이런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강남3구 상승세 둔화…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회복

12일 KB부동산에 따르면 1월 1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0% 상승했다. 강남3구 가운데 강남구는 0.20% 상승률을 유지했지만, 서초구는 0.22%에서 0.08%로, 송파구는 0.47%에서 0.19%로 각각 내려앉으며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 고가·핵심지에서 가격 부담이 누적된 가운데 규제와 매물 부족이 겹치며 매수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이번 주 86.1로, 전주(82.5)보다 상승했다. 이 지수는 100을 넘으면 매수자 우위, 100 미만이면 매도자 우위를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2주 75.9를 저점으로 4주 연속 상승하며 매수 심리가 점차 회복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KB부동산 관계자는 "서울 집값이 단기간에 빠르게 오른 이후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도 "강남과 한강변 핵심지 외곽으로 실수요와 갈아타기 수요가 이동하면서 매수 심리가 완만하게 살아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 본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한강벨트·외곽 지역 상승폭 확대…비강남권으로 확산

반면 한강벨트와 중저가·외곽 지역의 상승폭은 뚜렷하게 확대됐다. 마포구는 0.24%에서 0.39%로, 중구는 0.11%에서 0.28%로, 광진구는 0.05%에서 0.29%로 각각 오름폭을 키웠다. 강동구도 0.25%에서 0.38%로 상승하며 비강남권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보였다.

관악구(0.42%→0.52%), 동대문구(0.14%→0.38%), 양천구(0.19%→0.20%), 중랑구(0.06%→0.09%)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에서 소외됐던 구도심과 비선호 지역도 일제히 상승폭이 커졌다. 강남 등 핵심지 가격이 먼저 오른 뒤, 인접하거나 입지·상품성이 유사한 지역이 뒤따라 오르는 전형적인 '키맞추기' 흐름으로 풀이된다.

서울 외곽 지역인 노원구(0.10%→0.18%)와 도봉구(0.02%→0.07%)까지 상승폭이 확대된 점은 매수세가 한강벨트를 넘어 외연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강남3구와 핵심지에 집중됐던 수요가 가격 부담과 규제 영향으로 대체 가능한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실거래에서도 온도차는 확인된다. 관악구 봉천동 두산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11억 9500만 원에 거래돼 단지 최고가인 13억 2000만 원에 근접했다. 동대문구 청량리동 미주아파트 전용 124㎡도 직전 거래보다 4000만 원 오른 14억 4000만 원에 손바뀌며 신고가 흐름을 이어갔다. 통계상 상승률이 높게 나타난 비강남권 중대형 단지에서 실제 거래도 가격 상향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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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매 매물 시세표가 붙어있다. 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중저가 벨트 상승 지속…"키맞추기 흐름 이어질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번 흐름을 서울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격 키맞추기' 국면으로 보고 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핵심지의 가격 상승 피로가 누적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중저가 재건축·재개발 유망지로 매수세가 이동하고 있다"며 "중저가 벨트 전반에서 가격 격차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 회복 국면에서 매물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특히 전월세와 매매 매물이 함께 줄어든 지역에서는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와 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현재의 키맞추기 흐름이 조정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