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파트만으론 한계…정부, '도심 블록형 주택' 카드 꺼낸다
저층 다가구 묶어 중밀 주거로…도심 블록형 주택 구상 본격화
속도 느린 정비사업 대신 중층 공급 확대…전세시장 안정 노려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정부가 아파트 중심의 주택 공급 방식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심 저층 주거지를 활용한 '블록형 주택'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전세·월세 시장이 입주 가뭄과 전세 매물 감소로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대규모 정비사업 대신 속도감 있는 중밀도 주택 모델을 통해 도심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주택공급추진본부 출범식에서 "전세 물량이 심각하게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공급 감소로 인한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며 "도심 블록형 주택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주택 공급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주택들의 공급 계획이 마련되고 추진되면 전세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장관이 언급한 도심 블록형 주택은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국건위)가 검토 중인 새로운 주택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단지 재건축·재개발 대신, 저층 다가구 밀집지역을 '블록' 단위로 묶어 중밀도의 건축 모형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단독·다세대 주택과 대단지 아파트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중간 주거 유형을 새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국건위는 도심 블록형 주택이 당장의 추가 공급대책 물량이라기보다는, 단지형 아파트와 다세대·다가구 주택 사이에 새로운 건축 모델을 제시하는 중장기 구상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현재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은 조합 구성부터 관리처분, 공사에 이르기까지 절차가 길고, 서울처럼 가용 토지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재건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사업 지연과 공사비 상승, 분담금 부담 확대 등으로 공급 속도가 느려지고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건위는 이런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규제에 묶인 다가구 주택을 '묶음'으로 규모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제도상 다가구 주택은 주택으로 사용하는 층수가 3층 이하이고, 주택으로 쓰는 바닥면적 합계가 660㎡ 이하, 19가구 이하로 제한돼 있다. 다세대주택 역시 4층 이하·660㎡ 이하의 소형 공동주택에 그쳐 공급 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여러 필지를 합필해 규모를 키운 중밀도 블록형 주택을 도입해 공급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국건위 관계자는 "단지형 아파트와 단독·다세대 중심 주거 구조 사이에 새로운 건축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나홀로 아파트나 도시형생활주택처럼 인식되는 형태는 지양하고, 도심 저층 주거지에 어울리는 중밀도 주거 블록을 만들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도심 블록형 주택 개념은 과거 노태우 정부 시절 '주택 200만 가구 건설' 과정에서 단독주택 외에 다세대·다가구 같은 새로운 유형을 도입해 공급 속도를 높였던 경험도 참고하고 있다. 다만 '도심 블록형 주택'이라는 명칭은 아직 가칭 단계로, 층수·규모·조감도 등 세부 설계는 국건위와 국토부가 공동으로 구체화를 진행 중이다.
이 모델이 현실화될 경우 공급 속도 제고와 전세 물량 확대 측면에서 장점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규모 정비구역이나 다가구 밀집지를 대상으로 블록 단위 정비·건축 모형을 제시하면 개별 재건축보다 계획·심의·인허가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고, 전세형·임대형 주택을 묶음으로 공급해 도심 전세 수급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역세권이나 직주근접 저층 주거지에 전세형 블록형 주택을 공급할 경우, 기존 아파트 전세 수요 일부를 흡수해 특정 단지와 권역에 쏠린 전세 수요를 분산시키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노후 다가구·빌라를 대체하는 중층 블록형 주택이 자리 잡으면 주거 품질과 안전성이 개선되고, 무질서한 저층 주거지 스카이라인을 정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상지 선정, 다가구 보유자와의 이해 조정, 용적률·층수 완화 기준 설정, 지방자치단체 협의 등은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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