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아파트 1채 팔면 칠곡 '1000만원 아파트' 770채 산다

칠곡 전용 32㎡, 1100만 원 거래…이달 최저가
압구정 신현대 8차 '85억' 거래…집값 양극화 최대

23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2025.12.2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 서울과 지방 아파트 가격 격차가 계속 확대되는 가운데, 지방에서는 여전히 1000만 원대 소형 아파트가 매매되는 모습이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서 가장 저렴하게 거래된 아파트는 경북 칠곡군 '성재' 단지 전용 32㎡였다. 해당 주택은 11일 1100만 원에 팔렸다.

같은 단지 전용 32㎡ 아파트 3채는 각각 1400만 원, 1600만 원, 1800만 원에 거래됐다.

반대로, 이달 전국에서 가장 비싼 주택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 신현대 8차 전용 152㎡로, 11일 85억 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다시 말해, 압구정 신현대 8차 한 채를 팔면 칠곡 저가 아파트를 최대 773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같은 기간 지방에서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대우월드마크센텀 전용 135㎡와 대구 수성구 범어동 수성 범어W 전용 103㎡가 가장 높은 가격에 매매됐다. 거래가는 각각 21억 원과 20억 9000만 원이다. 두 단지 모두 지방의 핵심 지역에 위치하지만, 압구정 신현대 8차와 비교하면 약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주택시장 양극화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이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3%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을 구입한다'는 의미의 '영끌' 열풍이 불던 2020년 8월 전고점(43.2%)을 뛰어넘는 수치다.

반면, 대구(-26.6%), 부산(-18.0%) 등 5대 광역시의 최고점 대비 주택 가격 하락 폭은 20% 내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이번 보고서에서 "다주택자 규제 강화 이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서울 등 핵심지역 매입 수요가 증가했다"며, "실제 외지인의 서울 주택 원정 구매 비중이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비수도권 주택시장의 부진은) 지역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 지속은 금융 불균형 확대 등 잠재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간 격차는 매달 심화하고 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11월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5분위 배율은 12.7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5월(10.0) 이후 꾸준히 상승한 결과다.

향후에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전역은 10·15 대책으로 갭투자(전세 낀 매매)가 제한됐지만, 거래량이 줄었을 뿐 가격은 유지되고 있다"며 "지방으로 풍선효과가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