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팔아서 집 샀다…6·27 주담대 규제 후 서울 아파트로 1.6조 대이동
대출 막히자 금융자산 처분…강남·서초·송파·용산 43% 집중
자금조달계획서 분석, 고가주택 지역으로 '돈의 이동' 뚜렷
- 김동규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낮춘 6·27 대출 규제 이후, 서울 주택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주식·채권 매각 대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문이 좁아지자 금융자산을 처분해 현금을 확보한 뒤 서울 집값 상승 지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23일 국토교통부의 '7~11월 서울시 자치구별 주택매매 자금조달계획서'에 따르면, 이 기간 서울 주택 매입 과정에서 신고된 주식·채권 매각 대금은 총 1조 6249억 1100만 원에 달했다. 6·27 규제 이후 약 5개월 동안 금융자산이 대거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한 셈이다.
특히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과 용산 일대에 자금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강남구·서초구·송파구·용산구의 주식·채권 매각 대금 합계는 7008억 7700만 원으로, 전체의 43.1%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강남구가 2380억 6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송파구 1770억 2700만 원, 서초구 1537억 8000만 원, 용산구 1320억 1000만 원 순이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도 고가 주택 거래가 이어진 배경에 현금 동원력이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금조달계획서는 규제지역 내 주택을 매입하거나, 비규제지역이라도 6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을 살 경우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다. 주택 취득 자금을 어떤 경로로 마련했는지를 정부에 신고하는 제도다.
국토부는 이 계획서를 통해 금융기관 예금, 주식·채권 매각 대금, 현금, 증여·상속, 기존 부동산 처분대금 등 자기자금과 금융기관 대출, 임대보증금 등 차입금을 세부 항목으로 나눠 자금 출처를 점검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가상자산(코인) 매각 대금도 자금조달 항목에 포함될 예정이다.
업계는 대출 규제 강화와 주식시장 강세가 맞물리며 이러한 흐름이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대출을 통한 주택 매입이 어려워진 가운데, 주식·채권 시장에서 수익을 실현한 자금이 서울 부동산으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남구의 경우 코스피 지수가 3400선을 기록했던 9월과 4000선을 돌파했던 10월에 주식·채권 매각 비중이 가장 높았다. 강남구의 월별 주식·채권 매각 대금은 7월 406억 3900만 원에서 8월 237억 5500만 원으로 줄었다가, 9월 566억 9700만 원, 10월 803억 5400만 원으로 급증한 뒤 11월에는 366억 1500만 원을 기록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레버리지를 활용한 매수가 막히면서, 투자자들이 주식 등 금융자산을 처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부동산으로 자금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자금 이동은 서울 집값의 하방 경직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d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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