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전월세에 서울 젊은 실수요, 외곽 중저가 아파트로 이동
서울 전세 44주 연속 상승·빌라 월세 역대 최고
분양가 높고 물량 제한…기축·중저가 아파트 현실적 대안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서울 전역 전월세 시장이 급격히 불안해지면서 관망하던 실수요자들이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 매수로 방향을 트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와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월세 공급이 동시에 위축되자, 비아파트 월세와 아파트 전세가 동반 급등하면서 "차라리 매매로 넘어가겠다"는 심리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2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되자 집주인들은 전세를 내놓기보다 직접 거주하거나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전세대출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면서 전세 실수요자의 자금 여력이 약화되고, 신규 계약을 원하는 세입자들은 더 높은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10월 서울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지수는 102.19로 통계 공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평균 월세는 60만 원대 중반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도 12월 첫째 주 기준 전주 대비 0.14% 상승하며 4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는 등 임차인의 체감 부담이 크게 누적됐다. 연초 기준선(100) 아래에 머물던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4.4까지 높아졌고, 동북권은 106.0으로 서울 평균을 웃돌아 수요가 공급을 뚜렷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거래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인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15 대책이 시행된 10월 16일부터 한 달간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현황을 보면 노원구 225건, 은평·동대문구 각 175건, 중랑구 124건, 강북구 51건 등 중저가 아파트 밀집 외곽 자치구의 거래가 꾸준했다. 강서구 207건, 구로구 134건, 관악구 104건 등 비교적 가격이 낮고 준신축이 많은 지역에서도 활발한 거래가 이어지며, 전세난이 중저가 매수 수요를 자극하는 모습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동대문·서대문·강서구 등은 15억 이하 아파트가 몰려 있는 데다 대출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작고 거래도 강세를 보인다"며 "전세 매물도 적어 실수요 유입이 꾸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 지역 수요가 활성화되면 향후 마포·성동·광진·동작·강동구로 갈아타기 수요로 이어져 시장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가 갭투자를 막는 대신 실수요자의 선택지를 바꿔 놓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허가구역 내에서는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방식이 사실상 차단되면서, 전세를 활용한 추가 매입은 줄고 실거주를 전제로 한 중저가 매수 수요가 강북·외곽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강화됐다.
새 아파트 분양은 물량이 적고 분양가가 고점에 형성돼 당첨 부담이 큰 만큼, 이미 입주를 마친 기축·중저가 아파트가 실수요자에게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는 구조도 이러한 '매수 유턴'을 뒷받침한다.
다만 전월세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외곽 중저가 아파트에 수요가 과도하게 쏠리면, 중저가 단지부터 가격이 들썩이고 다시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남 연구원은 "지금처럼 규제와 전세난이 맞물린 상태에서 시장에 유통되는 매물을 늘리는 방안이 병행되지 않으면, 임대·매매 양쪽 모두 불안정한 상태가 길어질 수 있다"며 "거래세 인하 등으로 기존 매물을 움직이게 하는 정책과 임대 공급 확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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