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접고 재건축으로"…서울 단지들 방향 튼다
동부이촌동·성동구·강남 등서 리모델링 포기 움직임 확산
서울시 사업성 보정·종상향 기대감 커지며 재건축 선호 뚜렷
- 윤주현 기자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단지에서 리모델링을 포기하고 재건축으로 방향을 틀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재건축 완료 시 기대되는 부동산 가치 상승과 더불어, 서울시가 최근 정비사업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흐름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이촌우성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달 15일 총회를 열고 사업 지속 여부를 표결에 부쳤다. 지역주택조합은 설립 후 3년 이내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하면 조합원 투표를 통해 해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날 참석 조합원 107명 중 찬성 47명, 반대 60명으로 해산 의견이 우세해 조합은 해체 절차를 밟게 됐다.
동부이촌동은 대부분의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해 온 지역이다. 기존 용적률이 300%를 넘는 경우가 많아 종전 규제하에서는 재건축 추진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촌 르엘'(이촌현대)은 공사비 증액 및 준공 일정 조율을 마치고 지난해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이촌 강촌'은 지난 3월 건축심의를 통과하며 사업이 탄력을 받았고, 2281가구 규모의 '이촌 한가람' 역시 5월 사전심의를 통과해 내년 상반기 건축심의 접수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촌 우성'은 조합 해산으로 사실상 리모델링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고, 조합 해체 이후 재건축으로 방향을 바꾸자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인근 '한강 대우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2023년 법정 동의율 확보로 조합 설립이 가시화됐지만, 이후 2년 넘게 진척이 없었고 추진위원장 역시 재건축 선회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서울시의 정비사업 드라이브가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2030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사업성 보정계수 적용, 현황 용적률 인정 등 재건축 사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했다. 최근 발표된 '신통기획 2.0'도 정비사업 기간 단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건축을 지지하는 주민들은 준주거지역 종상향과 보정계수 적용 등을 통해 사업성 확보가 가능하며, 완공 후 가치 상승 폭도 리모델링보다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건축 전환 조짐은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난다. 서울 성동구 '응봉대림1차'는 2007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해 주민 불만이 커졌고, 최근 재건축준비위원회와 리모델링 조합이 합의에 이르면서 조합 해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사업 방식 갈등이 표면화된 사례도 있다. 강남구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는 리모델링 조합 해산추진위가 꾸려졌고, 9월 총회에서 조합 해산에 65%가 찬성했으나 조합 측이 제기한 가처분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며 사업은 혼란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사업 방향 전환이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인허가 절차가 초기 단계부터 다시 진행돼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고, 이미 사업이 상당 부분 진척된 단지라면 오히려 손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전환 시 사업 지연과 비용 증가 리스크가 상당하다"며 "특히 리모델링이 일정 수준 진행된 단지는 주민 피해가 더 클 수 있어, 정확한 사업성 분석과 시나리오 검증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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