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일동 땅꺼짐, 시공사 중대 위법 단정 어려워…지반·누수 등 원인

[일문일답] 지반조사 기준 충족…불연속면 포착 어려워
"지반조사 간격 축소·지하수 관리 강화"…기준 대폭 손질 예정

지난 3월 발생한 서울 강동구 명일동 땅꺼짐 사과와 관련하여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박인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한서대 토목공학과 교수)이 사고조사 결과와 재발방지 대책 등을 발표하고 있다. 2025.12.3/뉴스1ⓒ News1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땅꺼짐 사고는 지하 깊은 곳 암반에 숨어 있던 쐐기형 불연속면이 지하수위 급락과 노후 하수관 누수로 약해지며 한꺼번에 미끄러져 내려오는 '복합 붕괴'로 결론 났다.

3일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세종정부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서울 명일동 땅꺼짐 사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전 지반조사와 시추는 기준(50m 간격)을 지켰지만, 불연속면이 바로 그 사이 지점에 위치해 기존 조사 방식으로는 포착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조사위 설명이다.

시공 과정에서는 굴진면 측면전개도 미작성, 강관보강 그라우팅 시방서 작성 미흡 등 일부 관리 소홀이 확인됐지만, 설계·시공 전반을 중대한 위법이나 '자연재해'로 단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과실 여부 판단과 영업정지·과징금 등 행정처분 권한은 서울시에 있다며, 시방서 미준수·특별점검 지적 사항 등을 근거로 경찰·지자체가 추가 수사와 처분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지반조사 간격 축소와 함께 경사시추·GPR 탐사, TBM 비배수터널 공법 확대, 노후 하수관 선제 교체 등 '지질 리스크'와 지하수·하수관 요인을 동시에 관리하는 입체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다음은 박인준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한서대 토목공학과 교수), 김태병 국토교통부 기술안전정책관과의 일문일답.

25일 서울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싱크홀(땅 꺼짐) 사고 발생으로 교통이 통제되고 있다. 앞서 전날 오후 6시 29분께 명일동의 한 사거리에서 지름 20m, 깊이 20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싱크홀에 빠져 실종됐고, 함몰 직전 사고 현장을 통과한 자동차 운전자 1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2025.3.25/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사고 원인과 시공사 직접 책임 여부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박인준) 이번 사고의 직접 원인은 심층풍화대 내부에 있던 3개의 불연속면이 교차해 만든 쐐기형 토체가 약해지며 터널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간 것이다. 이 불연속면은 편마암이 장기간 풍화를 겪으며 단단한 면과 연약한 면이 맞닿은 구조로 형성된 것으로, 지하수위가 크게 떨어지지만 않았으면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안정된 상태로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설계·시공 단계에서 시공사의 잘못은 없는가.

▶(박인준) 지반조사와 시추는 기준상 100m가 아니라 50m 간격으로 더 촘촘히 진행했지만, 땅꺼짐 구간이 공교롭게도 그 50m와 50m 사이 안에 들어가 있어 시추로 불연속면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다. 굴진면 관찰도와 계측은 기준에 맞게 이뤄졌고, 굴진 속도나 쇼크리트·강관보강 품질도 전반적으로 기준을 충족해 설계·시공 전반을 중대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불연속면이 미끄러진 '직접 원인'과 세종포천 고속도로·하수관 누수 등 '간접 원인'의 관계는 무엇인지.

▶(박인준) 원암 자체는 편마암이고, 그 안에 형성된 쐐기형 불연속면은 원래 딱딱한 면과 연약한 면이 붙어 있는 구조로 장기간 안정 상태였다. 서울–세종 고속도로 터널 공사로 지하수위가 20m 이상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 쐐기형 토체가 교란되기 시작했고, 여기에 노후 하수관에서 장기간 누수가 겹치면서 단단한 면과 연약한 면의 경계가 더 약해져 결국 터널 쪽으로 ‘훅’ 빠져 들어가는 메커니즘이 작동한 것이다.

-현재 시추·조사 방법으로는 쐐기형 불연속면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뜻인지.

▶(박인준) 기존의 수직 시추만으로는 2차원적인 면 형태의 불연속면을 모두 포착하기 어렵고, 수세식 시추 과정에서 연약한 토체가 교란돼 시료로 올라오지 않는 한계도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수직시추뿐 아니라 경사시추를 병행해 주향·경사 방향을 따라 특성을 파악하는 방법을 제안했고, 지반조사 간격도 도심지 심층풍화대 구간에서는 50m 이내로 더 촘촘히 하도록 권고했다.

-설계·시공사가 지질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책임을 져야 하나.

▶(박인준) 설계 기준과 시방서에 따라 지반조사 간격과 방법을 지켰는지, 추가로 위험 구간을 고려해 간격을 줄였는지를 검토했고, 기준에 부합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번 사고는 기준을 지켰음에도 기존 조사 체계로 발견이 어려운 지질 구조가 지하수위 저하와 누수라는 간접 요인과 맞물리면서 발생한 사례다. 따라서 시공사의 법적 책임 범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건설산업기본법상 행정처분과 수사는 누구를 대상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김태병) 건설산업기본법은 고의나 과실로 부실시공을 해 구조 안전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 영업정지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번 사안에 대한 처분 권한은 법 82조에 따라 시도지사, 즉 서울시에 위임돼 있다. 공사 시방서 시공 절차 미준수 1건, 시방서 작성 미흡 1건, 그리고 특별점검에서 적발된 5건의 지적 사항에 대해 경찰과 서울시가 과실 여부를 살펴본 뒤, 중대한 고의는 아니더라도 과실로 볼 수 있는지 판단해 청문과 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처분 수위를 정하게 된다.

-직접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뜻인가, 자연재해로 볼 수 있는가?

▶(박인준) 조사위가 사실관계에 근거해 확인한 것은 기준 준수 미흡과 기준에 맞지 않았던 항목 두 가지 수준이며, 이 범위를 넘어 특정 주체의 형사책임이나 제재 여부를 단정하는 것은 조사위 권한 밖이다. 사고 원인을 최대한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역할이고, 이후 책임 소재 판단과 처분은 관계 기관이 보고서를 검토해 사법 조치나 벌칙 부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지반조사·시공 단계에서 어떤 보완이 이뤄지나.

▶(박인준) 지반조사에서는 불연속면의 방향과 경사를 파악할 수 있는 조사기법을 도입하고, 경사시추 등으로 심층풍화대 내 구조를 더 입체적으로 보도록 제안했다. 시공 단계에서는 굴진면 관찰을 토질·지질 전문가가 상주해 수행하도록 하고, 디지털 매핑과 온라인 암판정 시스템 도입, 강관보강 3열 중첩 시공 등으로 터널 안정성을 한 단계 높이는 방안을 담았다.

-또 다른 쐐기형 불연속면이 있어도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인지.

▶(김태병) 고위험 구간에서는 지하수를 빼내는 대신 TBM 비배수터널 공법을 적용해 단단한 지반 속을 밀폐된 상태로 굴진하면서 즉시 세그먼트를 설치하는 방식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하수위 변화를 세분화된 단계로 관리하고, GPR 탐사를 강화해 공동·취약부를 미리 찾는 한편, 인근 노후 하수관을 선제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쐐기형 토체를 미끄러지지 않게 막는 핵심 보완책이라고 본다.

joyongh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