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공시가, 시세 변동만 반영…현실화율 '69%' 4년째 동결(종합)

현실화율 69% 유지…조정 폭은 연 1.5% 이내로 제한
"시세 따라가는 공시가 적정한가" 전문가들 우려도

13일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열린 '2026년 부동산 가격공시 정책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2025.11.13/뉴스1 ⓒ News1 황보준엽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동결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사실상 무력화했던 전임 정부의 조치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다.

대안으로는 현실화율을 조정하지 않는 대신 시세 변동을 충실히 반영하되,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이는 지역의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5% 이내에서 인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국토교통부는 13일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2026년 부동산 가격공시 정책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관련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현행 시세반영률을 1년간 유지하되, 시장 변동을 지속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69% 유지' 방침…공시가 산정은 시세 중심으로 전환

이에 따라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올해와 같은 69%로 유지된다. 토지와 단독주택 역시 각각 65.5%, 53.6%로 4년째 동결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을 뜻하며, 보유세·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 산정의 기준이 된다. 현재 부동산 세제는 시가에 현실화율과 공정비율을 곱한 과세표준을 기반으로 세금을 부과한다.

문재인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2030년까지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이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추진했으나, 집값 급등으로 세 부담이 커지자 윤석열 정부는 해당 계획을 폐지하고 세제 안정을 택했다. 다만 법 개정이 필요했던 만큼 '동결'을 대안으로 선택했고, 이 조치는 올해로 3년째 이어진다.

최근 정부가 '보유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현실화율 조정이 재논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결국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됐다.

현실화율 동결에도 보유세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주요 아파트 시세가 큰 폭으로 오른 영향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우병탁 팀장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마포자이(전용 84㎡)의 내년 보유세는 올해 256만 원에서 353만 원으로 늘어난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전용 82.6㎡)의 경우 내년 보유세가 1258만 원으로, 올해보다 45% 이상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열린 '2026년 부동산 가격공시 정책 개선을 위한 공청회'에서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2025.11.13/뉴스1 ⓒ News1 황보준엽 기자
시세 '충실 반영' 방침…"시세 따라가는 공시가 적정성" 논란

정부는 공시가격 산정 시 시세를 충실히 반영하되, 지역 간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심층검토지역’을 지정해 전년도 공시가격의 ±1.5% 범위에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천규 본부장은 "공시가격은 실거래 흐름과 유사하게 움직여야 한다"며 "국제 기준을 참고하되 국내 실정을 반영해 시군구 단위로 균형성을 평가하고, 기준 미달 지역을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공시가격은 1월 1일을 기준으로 3월 초 공개되며, 의견 수렴과 심의를 거쳐 4월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시세를 공시가격 산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정수연 제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시세를 반영한다면 그 기준과 근거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며 "적용 기간이 1년인지 3년인지, 주택·토지별 산정 방식이 동일한지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감정평가사)은 "일부 지역은 거래가 1~2건뿐인데, 그 결과가 시장의 진짜 가치인지 의문"이라며 "투기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을 공시가격이 그대로 따라가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