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시장 '입주 직전 하락 공식' 깨졌다…전셋값 오히려 상승

이문·휘경 단지 전셋값 3000만~5000만 원 상승
내년 서울 입주 물량 3만 가구 이하…"전셋값 상승 지속"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게시된 월세 매물 정보. (자료사진)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서울 전세시장에서 '입주 직전 전셋값 하락'이라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입주를 앞둔 단지에서 오히려 전셋값이 오르거나, 입주 직후 반등세를 보이는 등 이례적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연이은 규제로 전세 매물이 줄면서 임대인 우위의 시장이 형성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아이파크자이 전용면적 59㎡ A 타입은 호가가 3000만 원 오른 6억 원에 재등록됐다. 또 다른 매물은 지난달 24일 5000만 원가량 호가를 높였다.

이 단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5억 원대 후반 전세 매물이 확인됐지만, 최근 들어 집주인들이 잇따라 6억 원대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이문동의 한 공인중개사사사무소 관계자는 "자금 사정이 급한 일부 집주인을 제외하면 호가를 내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전셋값이 다시 오르면서 가격을 높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인근 휘경SK뷰 전용 59㎡의 경우 지난달 5억 3000만 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지만, 현재 최저 호가는 5억 8000만 원 수준이다.

6월 입주를 시작한 휘경자이디센시아도 입주 초기 전셋값이 4억 원대까지 떨어졌다가 불과 3개월 만에 6억 원대 수준으로 회복했다.

통상 아파트 입주 시점이 가까워지면 임차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며 전셋값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공식이 깨지고 있다.

매물 줄면서 '임대인 우위'…"전셋값 상승 압력 지속"

업계에선 이번 현상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와 10·15 부동산 대책 이후의 공급 위축과 연결 짓는다.

정부 대책 이후의 신규 전세 물량이 급감했고, 갱신 계약까지 늘면서 자연스럽게 임대인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 6069건으로, 연초(1월 1일 3만 1814건) 대비 18% 감소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과거에는 입주가 시작되면 많은 전세 매물이 쏟아졌지만, 이젠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 영향으로 매물 부족이 심화됐다"며 "임차인 우위가 돼야 하지만 임대인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며 공식이 깨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셋값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전셋값이 4%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기관이 가격 전망을 내놓은 이래 최대 수준이다.

서울의 내년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 8984가구로, 올해(4만 2684가구)보다 32.1% 줄어든다. 2026년에는 1만 2988가구로 더욱 감소할 전망이어서,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규제로 전세 매물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니, 가격이 떨어져야 할 시점에도 오르는 것"이라며 "내년 입주 물량 감소와 보유세 인상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상승 압력이 모두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