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원 이하' 새 기준선…대출 규제로 서울 아파트값 '키맞추기'

6억원 주담대 가능 구간 거래 집중…한 달 새 1억 원 오르기도
"높은 선호에 '15억 원' 맞추기 현상, 더 뚜렷해질 전망"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자료사진) /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매입가 구간별로 차등 적용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15억 원 맞추기'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주담대 최대치(6억 원)를 받을 수 있는 15억 원 이하 구간이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작용하면서 거래가 이 구간에 집중되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동구 고덕동 '고덕센트럴푸르지오' 전용면적 59㎡D 타입의 경우 지난달 18일 14억 5000만 원에 신고가 거래가 체결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13억 원대에 계약됐으나, 한 달 새 1억 원가량 올랐다. 현재 호가도 최저 14억 9000만 원 수준이다.

비슷한 흐름은 서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가락대림' 전용 84㎡는 지난달 22일 14억 7000만 원에 실거래됐다. 올해 초만 해도 11억 원대에 거래되던 단지다.

동작구 본동 '삼성래미안' 전용 84㎡는 직전 거래가보다 1억 4000만 원 높은 14억 7000만 원에 팔렸다. 해당 평형대에선 최고가 거래다.

고덕동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가격대가 13억~14억 원대였다면 최대한 15억 원에 근접한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추세"라며 "앞으로도 집주인들이 대출 구간에 맞춘 가격대로 호가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서울 아파트들이 잇따라 15억 원 선에서 거래되는 배경에는 정부의 주담대 한도 조정이 있다. 정부는 주택가격에 따라 대출 가능 금액을 차등화해, 고가 아파트일수록 한도를 낮췄다.

기존에는 주택가격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6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새 제도에서는 △15억 원 이하 주택 6억 원 △15억∼25억 원 이하 주택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 2억 원으로 구간별 한도가 설정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키 맞추기 현상'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대출 한도가 가격 결정의 핵심 기준선이 되기 때문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이 됐지만 아직은 매도자 우위 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15억 원까지가 최대 주담대를 받을 수 있는 구간인 만큼 10억 원대였던 아파트들은 해당 가격에 수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상남경영원 교수는 "대출 구간을 설정하게 되면 그에 따라 가격이 수렴한다"며 "지금과 같은 구간별로 대출 규제 아래에선 키맞추기 현상은 뚜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