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파포' 이어 아파트 상가 곳곳 공실…피아노·태권도 학원 옛말
3분기 집합상가 공실률 10.5%…1년째 상승 곡선
비대면 소비 패턴 확산…투자 수익률 1% 미만으로 낮아
- 오현주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기자
단지 상가는 주로 편의점 갈 때만 가죠. 밥하기 싫을 때는 상가 식당을 가기보다 배달로 해결해요(60대 단지 주민 김 모 씨)
지난달 말 찾은 경기 수원 광교 신도시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내 지상 3층 규모 상가. 입주한 지 1년이 지났지만 1층 상가 40여 곳 가운데 약 30곳이 비어 있었다. 공실 점포 대부분은 공인중개사무소, 약국, 저가 커피 매장, 편의점으로 구성돼 있었다. 일부 공실 점포 앞에는 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지하 3층 상가 역시 40곳 중 4곳만 입점했다.
최근 전국 아파트 단지 내 상가는 공실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한때 입주민이라는 고정 수요 덕분에 알짜 수익형 부동산으로 불렸으나, 이제는 임차인을 찾지 못해 '리스크 자산'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비 패턴 변화가 큰 원인으로 꼽힌다. 온라인 쇼핑과 배달 등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단지 상가를 찾는 발길이 줄었다. 출산율 하락으로 단지 상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피아노·태권도 학원도 자취를 감췄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전국 집합상가(아파트·오피스텔 상가) 공실률은 10.5%로 전년 동기(10.1%) 대비 0.4%포인트(p) 상승했다. 서울과 경기의 공실률은 각각 9.3%, 5.5%로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 주문과 배달 문화가 상가 불황을 심화시켰다. 광교 중앙역 인근 공인중개사 A 씨는 "팬데믹 이후 주민들이 배달 앱으로 생필품을 구매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약국·편의점 외에는 상가를 거의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198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아파트 상가는 슈퍼마켓, 학원 등이 모인 작은 쇼핑몰 형태였으나, 이후 대형 몰링형 상가가 등장하고 팬데믹까지 겹치며 소비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1층 상가 사례에서도 분양가가 공실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공인중개사 B 씨는 "초고층 신축 단지 1층 상가는 3.3㎡(평)당 8000만 원에 달해 입주 3년차임에도 공실 문제가 컸다"고 말했다.
아파트 상가의 낮은 투자수익률도 문제다. 투자수익률은 월세에서 대출 이자를 제외한 순수 수입을 말한다. 올해 3분기 전국 집합상가 투자수익률은 0.9%로 전년 동기(1.2%) 대비 0.3%p 감소했다. 즉, 10억 원을 투입해 상가를 매입하면 1년에 약 900만 원만 벌 수 있는 수준이다.
단지 상가가 외면받으면서 입주 업종은 제한적이다. 공인중개사무소와 편의점이 대표적이다. 선종필 대표는 "현재 단지 상가에서 중개업소 외에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태권도·피아노 학원, 빵집 등 생활밀착 업종은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상급지에서도 단지 상가 공실 문제는 이어진다. 지난해 11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폴레온' 상가 '포레온스테이션5'와 강남구 청담동 '라테라스 청담' 1층 상가는 수차례 유찰 끝에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이에 서울시는 재건축 단지 내 상가 의무비율을 폐지·완화하는 규제 철폐 정책을 올해 발표했다.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건축물의 비주거 시설 비율을 연면적 20% 이상에서 10%로 낮추고, 준주거지역은 용적률 기준을 폐지하는 내용이다.
woobi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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