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서울 입주 7000가구에도…전세시장 혼란, 호가 5000만 원↑
이문아이파크자이 등 7242가구 입주…월세화로 전세 부족 심화
전세 매물 부족 속 현금 여유 집주인, 호가 높여 세입자 확보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다음 달 서울에 올해 최대 물량인 7000가구 넘는 입주가 예정돼 있지만, 전세 시장 혼란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 지난 6월 갭투자(전세 낀 매매)를 차단하기 위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와 10·15 부동산 대책까지 겹치면서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전세 물량 부족이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30일 직방에 따르면 11월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7242가구로 올해 월별 기준 최대다. 구체적으로 △청담르엘(1261가구) △래미안원페를라(1097가구) △이문아이파크자이(4321가구) △한화포레나미아(497가구) 등이 입주 준비를 시작한다.
통상 전셋값은 입주 물량 급증 시기에 하락한다. 입주 마감이 다가올수록 급하게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기 때문이다.
올해 6월 분위기는 달랐다. 6·27 대출 규제에 따라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금지됐다. 이 제도는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를 수 없도록 해, 적은 자금으로 신규 분양에 진입하려는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자금이 부족한 집주인은 전세 매물을 월세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전세 월세화 조짐이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더 빨라졌다는 점이다. 강화된 대출 규제로 전세에서 내집마련으로 이동이 제한되고, 전세 갱신 요구가 증가하면서 시장에 풀리는 절대적인 매물이 줄어들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위원은 "10·15 대책으로 아파트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실수요층이 늘 것"이라며 "최근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기 위해 전세에 살던 1주택자들이 자기 집으로 입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자금 여유가 있는 집주인은 전세 매물 부족을 이유로 호가를 높이는 분위기다. 올해 6월 입주한 서초구 메이플자이 전용 84㎡ 전셋값은 14억 원까지 떨어졌지만, 전세 매물 현상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자 이달 17억 원까지 회복됐다.
다음 달 입주 단지에서도 흐름이 반복될 전망이다.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전용 84㎡ 전세 매물은 7억~8억 원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입주한 인근 래미안 라그란데 동일 면적 전세 실거래가는 5억~6억 원이었다. 전세 절벽이 뚜렷해 주변 시세 이상으로 세입자를 찾으려는 집주인 입장이 반영됐다.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는 "집주인이 전셋값을 5000만 원 올려 세입자를 찾으라고 연락했다"며 "집주인도 전셋값이 하락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초구 래미안원페를라에서도 월세 매물이 늘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0·15 대책 직전인 14일 기준 월세 매물은 481건에서, 29일 기준 566건으로 17.7% 증가했다. 다른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금으로 잔금을 치러야 하는 집주인은 아예 월세로 내놓는다"며 "전세보다 월세 선택지가 더 다양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공급 절벽으로 전세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는 1만 7687가구, 2028년에는 8337가구로 줄어든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랩장은 "아직 전셋값 변동률이 매매 가격보다 높지 않다"며 "입주 물량이 감소하는 내년부터 전세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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