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 원에도 유찰된 20억 경리단길 아파트…왜?

전세 보증금 18억 5000만 원 선순위 설정으로 낙찰 어려워
사실상의 '깡통전세' 물건…"낙찰은 불가능에 가까워"

서울 용산구 '어반메시남산'의 전경 (지지옥션 제공)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서울 이태원동 경리단길 인근의 고가 주상복합 아파트가 최저 매각가 2000만 원에도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주변 시세보다 높은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이 발목을 잡아 향후 매각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일 경·공매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다음 달 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어반메시남산' 전용 81㎡(27평) 물건의 21회차 경매가 예정돼 있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2년간 20차례 경매 시도에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최초 감정가는 19억 1100만 원이었지만, 이번 경매 최저 입찰가는 2203만 원에 불과하다. 감정가 대비 입찰가는 1.15% 수준이다.

이 아파트 소유주인 시행사 '주식회사 어반메시'는 이 물건을 담보로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았으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채권자들이 담보권을 실행했고, 법원 경매가 시작됐다.

유찰의 가장 큰 원인은 전세 임차인의 선순위 보증금이다. 2022년 3월, 해당 주택에는 18억 5000만 원 전세권이 설정됐다. 대항력이 있는 선순위 보증금은 주택 경매 시 후순위 채권자보다 우선권을 갖는다.

이번 사례에서는 세권자가 배당요구신청을 하지 않아, 매수인이 전세금 18억 5000만 원을 그대로 인수해야 한다. 즉, 최저가로 낙찰받더라도 추가로 수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 '어반메시남산' 전용 81㎡(27평) 물건에 대한 낙찰 이력 (지지옥션 제공) 뉴스1 ⓒ News1

같은 단지 전용 81㎡ 매물의 현재 호가는 약 15억 원 이하 수준이며, 올해 3월 체결된 전세 보증은 12억 5000만 원이었다. 전세권자가 18억 5000만 원을 유지해야 하는 점에서, 낙찰자는 수억 원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전세권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실거주도 사실상 어렵다.

2022년 초 전세 계약 시기는 금리가 높고 공급이 부족했던 시기로, 주변 전셋값이 높았고 거래 사례도 적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당시 전셋값이 매우 높았고 거래 사례도 적어 적정가 판단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재 이 매물은 사실상 '깡통전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 가격이 수백만 원이나 수십만 원 수준으로 내려가더라도 낙찰 가능성은 낮다. 이 연구원은 "낙찰가가 수십만 원에 그친다고 해도 집행비용을 제외하면 채권자에게 배당되는 돈은 없다"며 "여러 차례 유찰 후 경매 자체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gerra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