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엔진만 8번 수리"…제주항공 참사 여객기 엔진 결함 의혹
사고기 같은 모델 엔진, 독일 MTU서 '결함 판정' 받아
조사위 "엔진 결함 없음"…전문가들 "추가 철저 조사 필요"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지난해 12월 179명의 사망자를 낸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기체번호 HL8088)가 사고 전 1년 동안 엔진 부품을 8차례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체된 부품은 모두 오른쪽(2번) 엔진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으며, 해당 기체에 장착된 CFM56 엔진은 지난 2023년 독일 MTU로부터 '제조 결함' 판정을 받은 동일 모델이었다.
1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무안 사고기(HL8088) 엔진 점검 내역'에 따르면, HL8088기는 2023~2024년 기간 중 10건의 고장, 손상, 이상 메시지 발생으로 부품 교체가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만 8차례 엔진 부품을 교체했으며, 모두 2번 엔진에서 문제가 집중됐다. 고장 내역에는 착륙 시 추력을 제어하는 전자 엔진 제어 장치(EEC) 등 핵심 부품도 포함됐다.
항공기 부품 고장은 운항 환경상 종종 발생할 수 있으나, 유독 한쪽 엔진에서 단기간에 반복된 점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에서도 사고 직후 오른쪽 엔진이 심각한 손상을 입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22년 11월에는 동일 엔진(CFM56)을 장착한 제주항공 HL8303기가 일본 간사이에서 이륙 직후 엔진 결함으로 회항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듬해 제주항공은 엔진 수리를 독일 MTU에 맡겼으며, MTU는 "특수 공정 및 단조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이 주원인으로 고압 터빈 블레이드 균열이 엔진 내부에 치명적 손상을 초래했다"고 공식 진단했다.
그러나 무안공항 참사 사고조사위는 올해 초 해당 엔진을 프랑스에 보내 분석한 결과 "엔진 자체 결함은 없다"는 중간 결론을 발표했다. 사고조사위는 이어 "조종사가 착각으로 오른쪽(손상된) 엔진 대신 왼쪽 엔진을 껐다"는 입장을 내놨으나, 유족 반발로 공식 브리핑은 무산됐다.
조사위는 유족들에게 조종사가 오른쪽 엔진 전력 장치(IDG)까지 직접 껐다고 설명했지만, 엔진 결함이나 외부 충돌 가능성은 배제했다고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엔진 결함, 정비 이력, 운항 절차 등 전반에 대해 철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은혜 의원은 "이미 같은 종류 엔진에서 결함 판정이 내려진 만큼, 사고조사위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더욱 신중하게 조사해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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