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평협회, 국민은행 '불법 감정평가' 중단 요구…국토부도 위법 판정

자체평가액 2년 새 3배↑…감평법인 의뢰·수수료는 감소
"금융 건전성 훼손, 수수료 미지급 수백억 원"…제도 보완 촉구

감정평가사협회는 29일 서울시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국민은행의 감정평가시장 불법 침탈행위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있다.(감평사협회 제공)/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한국감정평가사협회가 KB국민은행의 '불법 감정평가'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가치평가부 해체를 촉구했다.

협회는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국민은행이 감정평가사를 직접 고용해 가치평가부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은행이 사실상 불법적인 감정평가법인을 만들어 고액 부동산을 평가하고 담보대출에 활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협회에 따르면 국민은행 자체 감정평가 규모는 2022년 26조 원, 2023년 50조 원, 2024년 75조 원으로 추정된다. 불과 2년 만에 세 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반면 감정평가법인에 정식으로 의뢰해 수수료를 지급한 건수는 계속 줄고 있다. 무료로 진행하는 '탁상 자문'만 늘어나면서 감정평가법인의 부담이 커졌다는 게 협회 설명이다.

협회는 "평균 120억 원에 달하는 고액 부동산을 자체평가하는 행위는 금융 리스크를 키우고 대출 안정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수수료 미지급 문제도 제기했다. 2022년 개정된 '감정평가 보수 기준'은 감정평가서 발급 후 수수료 지급을 의무화했지만, 국민은행이 이를 지키지 않아 수백억 원 규모가 미지급 상태라는 것이다.

최근 국토교통부 역시 은행이 감정평가사를 고용해 담보물을 직접 평가하는 행위는 감정평가법상 '감정평가'에 해당하며, 감정평가법 제5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협회는 국민은행에 △자체 감정평가 중단 △협력사 대상 불공정 행위 개선 △상생 협력을 통한 리스크 관리 △부동산 담보 시장 건전성 강화 등을 요구했다.

양길수 협회장은 "국민은행이 감정평가사를 고용해 수행하는 감정평가는 법 위반일 뿐 아니라 금융 건전성을 훼손하고 국민 권익까지 침해한다"며 "즉각적인 중단과 함께 금융당국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wns83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