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대책에도 서울 집값 불안 가열…실수요자까지 매수세 합류
실수요자 불안 심리 확산…"대기수요 실수요로 전환"
정부, 규제지역 확대 신중론…과거 '풍선효과' 부작용 경험
- 조용훈 기자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서울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아파트값 불안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현금 자산이 풍부한 매수자가 고가 아파트 거래를 주도하는 가운데, 실수요자들도 정부 공급 대책에 대한 불신과 전세 시장 불안 심리에 매매 시장으로 적극 진입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9% 올라 전주(0.12%)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로써 서울 아파트 가격은 34주 연속 상승했고, 최근 3주 연속 상승폭도 확대되고 있다. 한강벨트 내 성동구(0.59%), 마포구(0.43%), 광진구(0.35%), 송파구(0.35%), 강동구(0.31%) 등에서 강한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6·27 대출 규제 이후에도 현금 보유층이 매수세를 이어가면서 아파트 매물은 줄고 거래량은 늘었다. 12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 아파트 거래는 전체의 30%대를 차지했고, 30억 원 이상 초고가 거래도 20%에 달했다.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핵심 입지에서는 신고가 경신이 잇따랐다.
9·7 공급 대책 발표 이후 서울 핵심지 내 실질적 공급이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정책 효과에 대한 회의론도 커졌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공급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 더 오르기 전에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 시장 불안도 매수세를 부추기고 있다. 전월세 가격 급등과 매물 부족 현상에 일부 실수요자는 월세·전세 부담보다 주택 매입이 더 합리적이라 판단해 실제 매매로 태도를 바꾸고 있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또한 0.09% 오르며 전주(0.07%)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거래 가능한 전세 매물도 빠르게 소진되는 분위기다. 전세가 인상과 동시에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불안 심리도 확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규제지역 확대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지정 등 후속 대책을 검토하고 있으나, 법 개정 필요성과 서울시와의 정책 이견 등을 이유로 단기 결론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가 규제 확대에 조심스러운 이유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경험 때문이다. 당시 강남 등 특정 지역에 반복적으로 규제와 대출 제한을 가한 결과 수요가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며 '풍선효과'를 촉발했고, 오히려 집값 불안을 심화시켰다. 이런 전례를 감안해 현 정부는 공급 확대와 정밀한 시장 진단에 무게를 두면서 규제 강화는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은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투기 우려나 시장 과열이 발생할 경우 기존에 시·도지사에게만 있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을 국토부 장관에게까지 확대해 수도권 주요 지역에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은 현재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전문가들은 공급 부족과 대출 규제 효과 약화로 매수 심리가 더 가열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공급 대책에 대한 신뢰 부족과 전세 매물 부족으로 실수요자가 매매 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있다"며 "추석 이후에도 매물 부족, 전세 불안, 자금력 있는 매수세가 이어지면 집값 상승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joyong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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