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택도시기금 부실대출 손실, 역대 최대 900억 신청

5년간 대출채권 상각 550억…연평균 100억 이상 손실 반복
HUG "모든 신청 상각되는 것은 아냐…심사 후 결정”

서울 시내 은행 외벽에 걸린 디딤돌대출 안내문. (자료사진)/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주택도시기금의 부실 대출채권 상각 규모가 최근 5년간 5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하반기 신청액만 합쳐도 887억 원에 이르러, 승인될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다. 주로 수요자 대출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이 문제로 지적되며, 정책 대출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주택도시기금 대출채권 상각 규모는 총 549억 원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100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반복된 셈이다.

상각은 채권자가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부실채권을 재무제표에서 제거하고 손실로 반영하는 절차다. 대상은 회수 불가능 채권, 개인회생 채권 중 변제예상액 1000만 원 이하 채권, 2년 이상 연체된 채권 등이며, 보증이행 거절 채권은 의무적으로 상각 신청이 이루어진다.

은행 등 재수탁기관이 HUG에 상각을 신청하면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전문기관 심사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부실채권은 대부분 수요자 대출에서 발생했다. 2020년 상각 건수 2815건 중 2812건(113억 원), 2021년 2878건(90억 원), 2022년 2874건(131억 원)이 모두 수요자 대출이었다. 2023년에는 사업자 대출에서만 20억 2000만 원(47건)이 상각됐으나, 다음 해에는 다시 감소했다.

올해 들어 신청 규모는 더욱 증가했다. 상반기에는 사업자 대출 260억 원(12건), 수요자 대출 146억 원(1794건) 등 총 406억 원(1806건)이 상각 신청됐다. 하반기에는 사업자 대출 259억 원(14건), 수요자 대출 222억 원(2687건) 등 총 481억 원(2701건)으로 집계됐다. 상·하반기 합계 887억 원 규모다.

다만 HUG는 상각 신청이 곧 상각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HUG 관계자는 "상각 신청을 한 채권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이지만, 심사를 거쳐 상각이 결정되기 때문에 모든 신청 건수가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책 대출 급증이 부실 채권 확대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디딤돌대출 실적은 2022년 8조 3698억 원에서 2023년 19조 2112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29조 175억 원으로 불어났다. 버팀목대출 역시 같은 기간 12조 3289억 원에서 24조 7902억 원으로 증가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정책 대출은 서민에게 도움이 되지만, 부실화 위험이 크다"며 "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채권 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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