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 땐 외국인 고용 3년 제한…건설현장 '경영 부담'

[처벌만으론 부족]②건설사, 강화된 처벌에 ‘현장 운영 고민’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등 지원 병행 필요…단순 제재로는 한계

편집자주 ...정부가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건설업계에 초강도 제재를 예고하면서 산업 전반이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과도한 처벌 위주의 정책이 오히려 산업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정부의 건설안전 강화 대책을 둘러싼 논란과 함께 규제 중심 접근의 한계, 그리고 실질적 안전 확보를 위한 현장 맞춤형 지원 방안을 짚어본다.

서울 아파트 공사현장.(자료사진)/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동규 기자 = 정부가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는 건설업체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강력한 처벌 중심 정책이 포함돼 있다. 건설업계는 안전 확보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야외 작업 등 건설업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과도한 제재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타 산업대비 강한 처벌과 제재받는 건설업

정부에 따르면 건설업에서 적용되는 주요 제재는 △연간 사망자 3명 이상 발생 시 영업이익의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한액 30억 원) △최근 3년간 영업정지 2회 후 안전사고 재발 시 등록 말소 △외국인 사망사고 발생 시 외국인 고용 3년 제한 등이다.

반면 제조업 등 타 산업에서는 정부 예산을 통한 지원이 중심이다. '제조안전 고도화기술개발사업'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스마트 보호·감지장비 도입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공동안전관리자 등 안전관리 인력 충원에도 지원이 따른다.

철도와 항공 분야 역시 안전사고 발생 시 강력한 처벌보다는 시스템 개선과 책임 분담을 함께 추진한다. 철도에서는 사망자 수에 따라 업무 제한이 내려지고, 구조적·기술적 결함 원인 규명이 강조된다. 항공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 또는 벌금형을 받을 수 있지만, 불가항력 사유 등 사고의 원인을 함께 판단하며, 공항공사·제조사 등도 책임 범위에 포함된다.

건설업은 타 업종보다 산재 사망률이 높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만 명당 사고사망자 수는 건설업 1.57명으로, 전 업종 평균 0.39명을 크게 웃돈다. 이 때문에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시선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지원 부족과 형평성 문제를 지적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고 발생이 온전히 시공사 책임일 수는 없다"며 "한국의 주요 산업인 건설업에 지원보다 처벌 위주 정책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건설업 현장 특성 맞게 대책 조정돼야

건설 현장은 이미 외국인 근로자와 고령 노동자 비중이 높은 상태다.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는 전체 인력의 30% 안팎을 차지하며, 일부 지방 중소 현장이나 위험도가 높은 공종에서는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해당 사업장 3년간 외국인 고용 제한 조치는 현장 운영에 큰 타격을 준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가 단 1명이라도 사망하면 3년 동안 외국인을 쓸 수 없는데, 인력이 없으면 공사를 예정 기간 안에 완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높은 현장에서는 사고 발생 시 사실상 공사를 멈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고령 인력 증가도 위험 요소다. 젊은층 기피로 60대 이상 노동자가 많아지면서 체력적 한계와 순간 대처 능력 부족으로 사고에 취약하다. 실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건설업 업무상 사고 사망자 2061명 중 60세 이상 비중은 43.7%에 달했다.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이 대책으로 제시되지만, 비용 부담과 낮은 현장 활용도 때문에 실효성은 제한적이다. 안전모에 부착된 센서, 작업자 위치 추적 장비는 가격이 50~500배 비싸고, 유지 관리 비용까지 발생한다. 소규모 중소현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다.

건설업 특성 맞춘 안전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건설업은 옥외 작업, 많은 인력, 공정 난이도 등으로 사고 위험이 높다. 단순 처벌보다 지원과 책임 분담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과징금과 등록 말소 등 강력 제재는 현장 특성을 반영해 정교하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며 "외국인·고령 노동자를 포함한 현실적인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