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없다"…정비사업 조합들, 건설사 경쟁 유도
개포우성4차·성수1지구, 시공사 선정 일정 재검토
건설사, 경쟁사 대비 유리한 조건 제시…조합원 선호
- 김종윤 기자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서울 일부 정비사업 조합이 시공사 선정 방식을 수의계약에서 경쟁입찰로 전환하고 있다. 입찰 조건을 변경하거나 선정 일정을 연기해 건설사 참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시공사 간 경쟁을 유도해 조합원에게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서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4차 조합은 이달 진행 예정이던 시공사 선정 입찰을 연기하기로 했다.
개포우성4차는 1985년 준공된 459가구 규모 단지다.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1080가구로 탈바꿈할 예정이며, 공사비는 6498억 원이다.
업계에선 삼성물산(028260)·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이 시공권을 두고 경쟁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진행된 현장 설명회에 삼성물산이 불참했고, 포스코이앤씨도 최근 사고 여파로 입찰 참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합은 경쟁 입찰 성사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재공고를 준비 중이다.
현행 도시정비법에 따르면 두 차례 연속 단독 응찰 시 조합과 시공사 간의 수의계약 전환이 가능하다. 이때 조합원 선택은 찬성과 반대뿐이다. 경쟁 입찰은 2개 이상의 건설사가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하는 구조다. 건설사들은 조합원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상대방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조합원은 건설사의 설계와 금융 조건 등을 비교해 한표를 행사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핵심 사업지에선 조합이 제시한 입찰 참여 조건을 뛰어넘은 과도한 제안을 내놓기도 한다"며 "과잉 경쟁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개포우성4차의 현장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일정상 수주전 참여를 포기했던 현대건설(000720)과 GS건설(006360)이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입찰 참여를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강남권 대단지 사업에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달 성수1지구 조합은 기존 입찰 공고 취소하고 재입찰 공고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 입찰 지침이 경쟁 입찰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성수1지구는 공사비 2조 2000억 원 규모로, 하반기 정비사업 최대어로 꼽힌다. 한강 변 서울숲에 맞닿아 성수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중 가장 입지가 우수하다. 성수 첫 재개발 사업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유력한 수주전 참여 건설사로 현대건설·GS건설·HDC현대산업개발이 거론됐으나 입찰 지침이 공개된 이후 일부 건설사가 입찰 조건에 불만을 드러냈다. 조합원 표심을 좌우할 경쟁력 있는 제안을 금지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성수1지구는 건설사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입찰을 재공고하기로 했다.
다만 수의계약 추진하는 조합들도 여전하다. 시공사 선정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수의계약 대상 건설사가 조합원 기대를 충족한다면 무리하게 경쟁입찰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대표적으로 압구정2구역은 현대건설의 수주가 유력하다. 경쟁사로 꼽히는 삼성물산이 시공사 참여를 포기했다. 현대건설은 고유명사에 가까운 '압구정 현대'란 전통을 잇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업 수주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여의대 대교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은 삼성물산과 수의계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두 차례 진행된 입찰에 참여한 삼성물산만 참여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의계약이라도 최대한 조합의 요구를 수용해 최고의 조건을 제시한다"며 "나쁜 선례가 생길 경우 다른 사업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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